등록 : 2006.09.10 21:33
수정 : 2006.09.10 21:33
사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 표결이 무산됐다. 열린우리당은 14일 본회의에서 이를 재처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은 전 내정자의 임명 동의안이 원천적으로 무효라며 맞서고 있어 자칫 14일 이후 헌재 소장의 공석과 기능마비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근본적인 원인은 청와대에 있다. “헌법재판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헌법 111조)는 헌법 규정과 일치하지 않는 임명 절차를 취했기 때문이다. 물론 역대 정부도 그동안 세차례에 걸친 헌재소장 임명 때 모두 ‘재판관 중에서’가 아니라 ‘민간인’ 가운데서 곧바로 선택해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방식을 취했다. 헌재소장을 내정할 때는 재판관에 임명한다는 뜻이 포함되는 만큼 굳이 절차를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굳어진 관행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은 헌법 규정에 명백하게 어긋날 뿐더러 이번에 드러났듯이 여야 합의와 양해가 설령 이뤄진다고 해도 언제든지 위헌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사회의 기본질서를 담고 있는 헌법의 규정과 절차는 그대로 따르면 될 일이지 해석과 관례를 들이댈 일이 아니다. 따라서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을 철회하고 재판관 동의안을 새로 내는 게 원칙이다. 다만 인사청문회의 절차를 새로 거쳐야 하는 까닭에 헌재의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 따라서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이번 경우에 한해 청문회 등의 절차는 생략하고, 본회의에서 곧바로 동의안 표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상충하는 것으로 드러난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의 관련 조항은 하루 빨리 손질하기 바란다.
청와대 문제와 함께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의 오락가락한 행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명칭이나 인사청문회 관할 위원회를 문제삼다가 여당과 합의로 문제를 매듭지은 뒤 청문회를 마쳤다. 그런데 당 안에서 절차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는 등 모순된 행보를 되풀이했다. 이제 와서는 “어쨌든 전효숙은 안 된다”며 막무가내로 버틴다. 헌재를 흔들기 위한 정략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까닭이다. 여당의 무능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여당은 시종 문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청와대 감싸기에만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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