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10 21:34
수정 : 2006.09.10 21:34
사설
지난 주말 일어난 서울 종각역 가스 누출 사고는, 지하 2층 냉난방기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지하 1층 상가로 흘러든 때문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다행히 심각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고에 이른 과정을 보면 아찔한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가스 누출 예방 시스템은커녕 사고를 조기에 감지하고 대처할 시스템이 전혀 없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문제의 지하 상가는 2001년부터 냉난방 시설에 가스 연료로 사용해 가스 누출 위험성이 상존했다. 그러나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예방 시설이나 배출가스 기준은 없었다. 잦은 고장 때문에 상인들이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 여러 차례 민원을 내고 감사 청구까지 했지만 무시됐고, 오히려 냉난방 효율을 높인다며 환기구 4곳 중 3곳을 막아 누출 가스의 배출을 어렵게 만들었다. 근본적인 대책 없이 땜질식 보수로 일관하다 사고를 부른 것이다.
사고 감지 및 사후 대처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사고 당일에도 고장난 냉난방기를 수리했지만 가스 누출 가능성을 전혀 예고하지 못했다. 누출에 대비한 감지 시설이 전혀 없으니, 냄새도 색깔도 자극도 없는 일산화탄소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결국 몇시간 동안 유독 가스를 마신 상인들이 쓰러지기 시작해서야 누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사고의 전례가 없어서 경보 체계가 미흡했다는 공단 쪽 해명은 어처구니가 없다. 공공시설의 안전 관리는 처음부터 그에 걸맞은 예방 시스템을 갖추는 게 기본이다. 뒤늦게 유해가스 감지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호들갑 떨기 전에, 사고가 나야 대책을 세우겠다는 식의 구태의연한 발상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비단 서울 지역이나 일부 지하 상가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만 해도 대형 지하상가의 절반 가량이 냉난방용 가스를 사용한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수많은 시민들이 생활하거나 무심코 지나가는 지하 공공시설 상당수가 이번 사고와 비슷한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과연 종각역보다 사정이 나은 곳이 얼마나 될까?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은 늘 사소한 부주의가 대형 사고를 부른다. 단순한 유독가스 누출 사고에도 이처럼 무방비 상태라면, 의도적인 공격이나 테러에는 도대체 어떻게 대응할 셈인가. 정부 차원에서 철저한 안전 점검과 동시에 예방 및 감지 시스템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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