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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0 21:40 수정 : 2006.09.10 21:40

사설

5년 전 오늘,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는 붕괴되고 민간인 3천여명이 사망했다. 미증유의 테러 앞에서 세계인은 전율하고 분노했다. 대다수 세계인은 비록 미국이 제3세계에서 저지른 패권 전쟁과 정치적 테러를 잊은 건 아니지만, 미국인이 겪은 고통과 분노에 공감하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테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테러는 점점 더 잔인해지고 지구촌 전역으로 더 널리 확산됐다. 평화의 염원은 힘을 잃고 공감대는 희미해졌다.

미국이 주도한 대테러 전쟁이 세계적 차원에선 패권전쟁으로 변질되고, 문화적으로는 이슬람의 십자군 전쟁으로 변질된 탓이었다. 이 전쟁은 지구적 차원에서 이슬람주의를 부활하고, 전투적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로 바꿔버렸다. 테러전의 맹방 영국에선 지난해 지하철 및 버스 폭탄테러가 발생해 56명이 죽고 700여명이 부상당했으며, 얼마 전엔 대규모 비행기 자폭테러 음모가 적발되기도 했다. 역시 맹방인 스페인에서도 2004년 통근열차 폭탄테러로 191명이 희생당했다.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해온 프랑스였지만, 차별과 소외에 분노한 이슬람 청년들의 소요사태로 비상사태가 발동되기도 했다.

특히 9·11테러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 했던 부시 행정부의 태도는 이런 부작용을 더욱 키웠다. 9·11 테러 이후 부시의 지지율은 16개월간 60% 이상의 전례없는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부시는 대통령 재선거에서 낙승했다. 그러나 거짓말과 증오와 패권주의에 바탕한 부시 행정부의 정략은 금방 그 밑천을 드러냈다. 시민들은 점점 더 많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유보를 요구받았고, 더 커가는 테러 위협에 노출됐다. 이라크 전쟁은 수렁으로 판명나고, 미군의 인권유린과 민간인 학살은 반미감정을 극대화시켰다. 결국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격히 떨어져, 이제 30%대를 맴돈다.

그러나 부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9·11을 다시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부시는 “미국은 더 안전해졌지만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대테러 정책의 유지·강화의 필요성을 강변했다. 테러용의자에 대한 군사재판도 시작했다. 전쟁과 증오는 결코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9·11테러는 그것을 웅변한다. 얼마나 더 희생당해야 부시 행정부는 깨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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