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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1 18:14 수정 : 2006.09.11 22:39

사설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본협상이 끝났다. 다섯 차례 열리게 돼 있는 본협상 일정의 절반은 지난 셈이다. 3차 본협상을 거치면 협정의 윤곽 정도는 그려볼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었으나 그렇지 못했다. 주요 쟁점에선 제자리걸음이었다.

진전이 없지는 않았다. 상품 분야에서 미국 쪽이 개방 폭을 좀 더 넓히겠다는 수정안을 제시했고,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 문제나 금융서비스·지적재산권 분야 등에서 일부 합의도 있었다. 하지만 작은 사안들이고 원래 큰 변수도 아니었다. 협상 성패는 두 나라 의견이 맞서 있는 주요 쟁점에서 합의를 도출하느냐에 달렸는데, 이 부분에서 진전이 없다면 협상 성과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3차 본협상이 그런 모습이다. 반덤핑 문제와 개성공단 등 우리 쪽 주요 요구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태도는 바뀐 게 없고, 자동차·의약품 등에서 미국의 요구 수위는 낮춰지지 않았다. 농산물의 예외 없는 개방 요구, 국책은행 특혜 문제 제기 등 일부 쟁점에선 미국의 공세 수위가 걱정했던 것 이상이었다.

협상이 끝난 뒤 김종훈 한국 협상단 수석대표는 “많은 분야에서 양쪽이 기존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핵심 쟁점들에서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협상을 통해 멀리서나마 윤곽을 잡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도 했다. 협상과 관련해 그간 해온 평가나 전망 중 가장 부정적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에 정부는 미국과 협정 체결이 우리의 살길이고 ‘윈-윈’이 가능하다고 강변해 왔다. 그게 말처럼 쉬운 것도 낙관적인 것도 아님을 3차 본협상 결과가 웅변한다.

두 나라는 10월 23~27일 한국에서 4차 협상에 나선다. 미국 일정에 맞춰 연내에 협상을 끝내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양쪽이 주고받을 걸 비슷하게 가지고 있어야 타협점을 찾기도 쉬울텐데, 미국의 요구는 넘치고, 우리 요구에 대한 미국의 벽은 높다. 미국이 요구 수위를 극적으로 낮추든가, 우리 쪽이 대폭 양보하지 않으면 접점이 찾아지기 어려운 국면이다. 걱정스러운 건 협상이 타결된다면 전자보다는 후자 쪽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도 협정 체결에 매달릴지, 정부의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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