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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1 18:12 수정 : 2006.09.11 18:12

사설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위원장이 방한 일정 5박6일 일정을 마치고 그제 돌아갔다. 일본공산당 소속 의원이 국제회의 참석차 내한한 일은 있지만, 공산당 대표가 남녘땅을 밟은 것은 처음이다. 두 나라의 정세와 정치풍토 사이에 아무리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냉전 대립체제가 무너지고 나서도 한참 뒤에야 실현된 공산당 위원장의 방한은 생뚱맞은 느낌마저 준다.

50대 초반의 시이 위원장이 한국에 온 명목상의 목적은 4차 아시아정당국제회의 참석이다. 그가 소속의원을 보내지 않고 직접 온 것은 한국 정치 지도자들과의 회동을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것이다. 그는 이번 방문에 임채정 국회의장을 비롯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 주요 정당의 지도자들을 두루 만나는 바쁜 일정을 보냈지만, 국내 언론에서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공산당 의석이 중·참의원 각각 9석에 불과해 군소정당의 대표란 인식도 있었겠지만, 공산당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불신과 경계심도 작용했을 터이다.

시이 위원장은 방한 첫 일정으로 서울 서대문형무소 터를 찾아 공산당이 1922년 창당 이래 줄곧 조선인의 독립투쟁을 지원해 왔고, 군국주의 시대의 잘못을 시정하는 데 앞장서 왔다는 점을 선전했다. 일본공산당은 북한과 장기간 우호관계를 유지해 오다 주체사상 논쟁, 아웅산 테러 사건 등의 여파로 80년대 중반 노동당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남한에 대해서는 베를린 장벽 붕괴와 민주화 정착을 계기로 접근노선을 취해 왔다.

일본 안의 우경화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공산당의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차기 총리로 확실시되는 아베 신조 내각이 발족하면 평화헌법의 개정작업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옛 사회당이 몰락한 뒤 개헌추진에 반대하는 원내정당으로는 공산당이 최대 의석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일본 중앙정치에서 공산당의 역할은 한정돼 있으나 지방에서는 시민단체, 노동운동 세력과 연대해 호헌운동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한·일 두 나라가 상호불신을 근원적으로 해소하자면 다양한 집단이 정치적 견해 차이를 떠나서 기회 닿는 대로 서로 만나 가슴을 열고 대화를 지속하는 일이 중요하다. 일본공산당을 대화의 대상에서 빠뜨릴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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