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13 18:14
수정 : 2006.09.13 18:14
사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당 소속 국방위 의원 3명과 전문위원이 평일인 그제 골프를 한 것과 관련해 ‘유구무언’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히기는 국민이 더하다. 물난리가 난 강원도에서 경기도당 간부들이 버젓이 골프채를 휘두르다가 당원제명 등 중징계를 받은 지가 채 두 달도 되지 않았다. 말썽꾸러기 초등학생도 크게 야단맞으면 상당한 기간은 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학습효과도 없는 사람들인지, 아니면 정말로 오만과 자만에 빠진 것인지, 원래부터 웰빙 체질인지는 모르겠지만 해도 너무하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골프를 무조건 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른 운동이나 취미생활처럼 골프도 사적인 영역에 속할 수 있다. 그러나 사생활로 보호받자면 국민을 대표하는 공인으로서 최소한의 규범은 지켜야 한다.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알고,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김학송·송영선·공성진 의원의 이번 행동은 때, 장소, 품위라는 세 가지 기준에 모두 어긋난다. 평일 낮 그것도 정기국회가 열린 때에 골프장으로 간 것은 공인으로서 기본 소양이 모자란다고 할밖에 없다. 더구나 이날은 애초 의사일정 합의를 위해 국방위를 열자고 열린우리당이 제의했던 날이라고 한다. 의원으로서 임무를 팽개치고 골프장으로 간 셈이다. 2주 전 한나라당이 평일 골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의원 윤리강령을 채택한 것을 상기할 필요도 없다. 행동강령이나 지침을 따지기 전에 기본이 없는 사람을 두고 무엇을 더 거론하겠는가.
장소도 적절하지 못하다. 이들이 골프를 친 해병대 사령부는 다음달 국방위로부터 국정감사를 받아야 하는 곳이다. 일반인의 접근이 안 되는 곳이어서 외부 눈을 피하려는 속셈이었는지 모르지만,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 의원 품위가 떨어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더 큰 잘못은 국방의무 수행에 여념이 없는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점이다. 말로는 국가안보를 외치면서 “복지시설(골프장)을 점검한다”며 평일 낮에 골프를 즐기는 의원들을 보면서 장병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국민은 정치인들에게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상식에 따를 것을 원할 뿐이다.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들에게 사람 도리부터 가르치기 바란다. 징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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