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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3 18:08 수정 : 2006.09.13 18:08

사설

국방부와 경찰이 미군기지 확장이전 예정 터인 경기 평택 대추리·도두리 일대의 빈집들을 전격적으로 철거했다. 어제 하룻동안, 남은 130채 가운데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을 뺀 76채를 부셨다.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 회원 십수명이 몸을 묶고 저항했지만, 1만6천여명의 경찰력과 400여 철거용역 직원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고 한다.

대추리 사태가 대화를 통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대결 양상이 지속되는 건 안타깝고 유감스런 일이다. 대추분교를 강제로 철거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유혈 충돌을 빚은 게 넉 달 남짓 됐다. 당시 한명숙 국무총리는 “주민의 아픔을 함께하면서 진정한 대화와 타협으로 난제를 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고, 때문에 성실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지난 넉 달 동안 정부는 대화를 위한 진정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주민과의 대화는 전적으로 국방부에 맡겨졌고, 국방부는 보상 문제에만 집착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 지도급 인사들과 여야 4당이 지지한 ‘중립적인 사회적 협의기구’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이주를 압박하기 위한 빈집 철거에 나서기 전에, 그동안 약속한 대화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부터 솔직히 해명해야 한다. 주민들과 범대위도 현실적 대안보다는 “땅을 한 평도 내줄 수 없다”식의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이러다보니 문제의 본질인 미군기지 이전의 성격이나 확장·이전의 필요성 등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합리적 논의는 오히려 실종됐다.

지금까지 미군기지 이전 문제는 정부 일정대로 추진돼 왔다. 측량과 설계작업이 끝났고 조만간 종합시설계획도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주민들의 영농을 차단하고 곳곳에 철조망을 설치하는 등 대추리 일대를 사실상 고립무원의 섬으로 만들었다. 정부는 빈집 철거를 계기로 애초 일정대로 기지 이전 작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빈집을 부셨으니 이젠 사람이 사는 집을 부수는 일만 남은 셈인가.

지금 국회에서는 2004년에 약속한 미군기지 이전 관련 청문회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 청문회에선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 대추리 사태의 본질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아직 시간은 있다. 지금이라도 진정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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