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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4 21:49 수정 : 2006.09.14 21:49

사설

복수노조 허용 등 핵심 노동 쟁점들에 이어 특수고용직의 노동자 지위 인정도 기약없이 미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이 문제를 장기 과제로 돌리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특수고용직은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 같은 이들을 지칭하는데, 이들은 현재 일종의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사실상 회사의 직접 지휘·명령을 받는데도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몇 해 전부터 노동자 지위 인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의 움직임은 이런 요구와 거꾸로 가는 듯하다. 노동자로 인정하기는커녕 사업자라는 인식만 강화시킬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최근 정부는 업체와 특수고용직 종사자간 계약을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약관법 등으로 규제하는 내용의 ‘보호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정부의 생각은 이 문제에 대한 노·사·정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어 일단 시급한 보호대책부터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엔 어쩔 수 없어 보이는 측면이 있다. 중요한 것은 회사의 부당한 조처에 대응할 보호장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공정 행위 규제’ 방식으로는 특수고용직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 공정거래법 등 많은 장치가 있어도 하도급 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가 뿌리뽑히지 않는 마당에, ‘몸뚱이’ 하나뿐인 특수고용직에 대한 횡포를 어떻게 막겠다는 것인가. 게다가 이런 접근법으로는 산재 사고나 모성 보호 같은 사안은 여전히 무방비 상태로 남는다. 더 큰 문제는 실제 일터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공개된 노동연구원의 보고서는 특수고용직들의 실제 업무가 일반 노동자와 거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업무를 회사 쪽이 직접 관리·감독하고 사실상 회사가 직원을 뽑듯이 직접 모집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이로 규정할 수 있다. 그동안은 기한을 정하지 않고 고용계약을 맺는 정규직 형태가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날로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 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은 업무의 관리·감독 관계가 되어야 한다. 고용 형태가 다양해질수록 원칙을 분명히해야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풀 수 있다. 편법은 문제를 잠시 해결하는 대신 더 복잡하게 만든다는 걸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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