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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건설한다며 집장사 하는 서울시와 SH공사 |
서울 은평 뉴타운 아파트의 고분양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인근 지역 아파트 호가는 단숨에 1천만~2천만원 뛰었다. 에스에치(SH)공사(옛 서울시도시개발공사)가 지난주 은평뉴타운 평당 분양가를 최고 1523만원으로 책정할 때 걱정됐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났다. 경기 판교 새도시에 이어 은평 뉴타운까지, 정부와 서울시가 분양가 인상과 주변 집값 상승 악순환에 앞장서고 있는 꼴이다. 고분양가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서울시와 에스에이치공사 수뇌부의 머리가 비었다고 할 수밖에 없고, 파장을 짐작하고도 분양가를 높였다면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공사는 보상비가 높았고 설계나 마감재가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등 여러 이유를 대고 있다. “30평형대는 거의 분양원가 수준이고 중대형은 ‘미미한 이익’만 얹었을 뿐”이라고도 한다. 세세하게 따질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는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힘든 분양가라고 한다. 은평구에 평당 1천만원이 넘는 아파트는 손꼽을 정도라는 정황만 봐도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미미한 이익’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오히려 시민의 화를 돋운다.
에스에이치공사는 지방자치법과 서울시 조례에 따라 서울시가 자본금 전액을 출자해 세운 공기업이다. 설립목적은 ‘서울시민의 주거안정과 복지향상’이다. 돈을 벌라고 만든 기업이 아니다. 은평 뉴타운이 원가연동제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분양가를 마음대로 높게 책정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사가 집장사로 돈 번다는 건, 곧 출자자인 서울시가 시민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서울시는 3차에 걸쳐 25곳을 뉴타운 사업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런 식으로 아파트 값을 올릴 요량이라면 차라리 그만 두는 게 낫다. 주거안정은커녕 서민들을 내쫓는 결과만 가져올 터이다. 은평 뉴타운 분양원가를 낱낱이 공개하고, 아파트 분양을 통해 이익을 얻을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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