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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6 19:49 수정 : 2005.03.06 19:49

“일본의 조선 식민지 지배는 축복”이라는 한승조 고려대 명예교수의 망언이 큰 파문을 몰고 왔다. 일본의 극우 월간지(정론)에 기고한 그의 글 문장 하나하나가 겨레의 가슴을 후벼파고 대못을 박았다.

한 교수는 유수한 대학에서 30여년 정치학을 가르쳤고, 쟁점 현안에 대해 보수적 시각에서 목소리를 높여온 한 시민단체의 상임대표로 있으며, 과거 군사정권에서 여러 직책을 맡은 공로로 훈장을 셋이나 받은 바 있는 영향력 있는 공인이다. 그런 그의 주장은 한 개인의 갑작스런 돌출 의견일 수 없다. 그는 이른바 ‘친일파 세력’이 공유해온 논리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아닌, 그들의 ‘커밍아웃’인 셈이다.

우리 현대사 비극의 큰 줄기 하나가 광복 이후 친일파 청산 실패라는 게 역사학계의 정설이다. 이승만의 친일파 재등용 정책으로 부활한 친일파들은 정적과 무고한 양민들을 ‘빨갱이’로 몰아 죽이는 무자비한 백색테러를 자행했다. 그들은 박정희 군사 쿠데타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기득권의 성곽을 요새처럼 구축했다. 이승만 정권에서는 ‘반공투사’로, 박 정권에서는 ‘근대화 세력’으로, 김대중 정부 이후에는 언필칭 ‘민주화 투사’로 본색을 바꾸어 왔다. 한 교수의 글은 친일파 집단의 이런 반민족적, 반민중적 행위가 어떤 이념이나 논리 아래서 이뤄어져 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의 우익은 과거의 침략을 미화하면서 앞으로의 침략성을 노골화하고 있는 일본 우익세력에 기생하면서 자신들의 파당적 이익만을 챙기는 저열하고 저급한 집단이다. 그들에게는 나라와 겨레, 백성은 안중에 없다. 이번 파문은 이런 친일파 청산에 실패한 탓에 겪는 고초다. 이는 한 교수 개인에 대한 단죄로 끝내서도 안 되며, 그것으로 끝날 일도 아니다. 그들 집단에 대한 총체적인 청산이 필요하다. 과거사 규명과 청산에 민족적 역량을 모아야 할 까닭과 당위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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