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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8 18:20 수정 : 2006.09.18 18:20

사설

정부가 각종 비영리 단체의 기부금품 모집 행위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모집에 드는 경비를 모금액의 최대 15%까지 인정하기로 했다. 대신에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등 투명성 기준은 크게 높아진다. 규제는 풀되 사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자율적이고 성숙한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긍정적이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현행 ‘기부금품 모집 규제법’은 모집 행위의 폐해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오래 전부터 비현실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10여년 전 위헌 판결을 받았지만 뼈대는 그대로 유지됐고, 모집 경비 비율은 모금액의 5%에서 2%로 더 줄어들었다. 사정이 이러니 연말 이웃돕기 성금처럼 개별법에 근거한 대규모 모금 외에는 사실상 법대로 모금에 나서는 게 쉽지 않다. 때문에 많은 비영리 단체들은 후원 행사를 열어 특별회비 방식으로 기부금을 받거나, 그도 어려운 곳들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할당액에 목을 매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모집 허가를 받는 데 몇 주일이 걸리는 바람에 신속한 모금·구호 활동을 펼치는데도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한다. 기부금품 모집 건수는 해마다 크게 늘어나 규모도 한해 2000억원에 이른다. 순수한 모금 행위가 불법으로 몰리는 현실이 개선된다면 우리 사회의 ‘나눔 문화’도 한 단계 성숙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부금품의 소득·세액공제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추가 대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자율성이 커진 만큼 투명성은 한층 더 강화해야 마땅하다. 개정법은 사용 내역 공개와 감사를 의무화하고, 기부금품 출연을 강요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등록제가 되면 모금자 사전 검증이 불가능하다. 영리 목적의 각종 모집 행위가 난립하지 말란 법이 없다. 불법·편법 모금 행위를 미리 걸러내기 어렵고, 사후 회계 감사는 자칫 뒷북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든다. 지금도 내가 낸 성금이나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겠다며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적잖은 게 엄연한 현실 아닌가.

법적 규제와 정부의 사후 관리만이 능사가 아니다. 중요한 건, 모집 단체가 스스로 투명성과 신뢰를 생명처럼 지키는 것이다. 이미 몇몇 시민·복지단체들은 수입·지출 내역을 철저히 공개하고 있다. 건전한 모금 관행은 성숙한 나눔 문화를 정착시키는 첫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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