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19 18:26
수정 : 2006.09.19 18:26
사설
국세청이 국회의원 보좌진들에게 돈봉투를 돌렸다고 해서 구설에 올랐다. 시사주간지 〈한겨레 21〉은 지난 7월 전군표 국세청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 보좌진 4~5명에게 50만원씩 든 돈봉투가 건네졌다고 보도했다. 국세청 간부가 의원회관을 찾아가 돈봉투를 두고 가기도 했고, 일부는 술자리에서 뿌렸다고 한다. 국세청은 공식적으론 부인하면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해도 윗선에서 지시한 적은 없다고 했다. 국가기관 사이에 돈봉투가 오가는 것이나 ‘과잉 충성’ 탓으로 돌리는 궁색한 해명이나 모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세청 행태가 불거졌을 뿐이지, 정부 기관 또는 산하 기관, 민간 이익단체 등이 국정감사나 법안 심의 등 현안이 생길 때 ‘잘 봐 달라’며 국회 관계자들을 융숭하게 대접하고 때로 돈까지 건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달엔 증권업협회가 업계 이해가 걸린 법안 심의 전에 관련 상임위 의원 보좌관과 입법조사관을 제주도로 초청해 세미나를 열면서 향응성 접대를 한 일이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이 역시 빙산의 일각이다. 정부 부처나 산하 기관이 이런 데 드는 돈을 마련하느라 머리를 짜고, 그 과정에서 무리하는 일도 적지 않다. 한 정부 산하기관은 임원들 월급에서 매달 일정액을 떼서 쓰다가, 대표가 착복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검찰에 불려간 적도 있었다.
관행이란 미명 아래 이뤄지고 있는 ‘먹이사슬’의 한 고리이고, 도덕 불감증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지 않은가. 그래서 국회가 얼렁뚱땅 넘어가면 피해는 국민이 받는다. 악습의 고리를 끊고자 먼저 나서야 할 쪽은 아무래도 국회다. 국회 공무원의 청렴성을 깨우칠 행동강령조차 아직 없는 실정이다.
칼자루를 쥔 국회 쪽에서 뭔가 바라는 눈치면, 아쉬운 쪽에선 꺼림칙해도 대접하고 ‘떡값’이라도 좀 건네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박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식사하는 정도야 그렇다 해도, 그 이상의 향응과 금품 수수는 일체 금지한다는 선언을 국회가 하고, 행동강령도 만들어 집행력을 뒷받침해야 할 터이다. 뇌물을 주는 이보다 받는 쪽이 더 엄하게 처벌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부 역시 불법 로비를 하는 기관이 있으면 대표부터 문책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면 진전은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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