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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21 21:00 수정 : 2006.09.21 21:00

사설

한나라당 등 이른바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들이 젖어들곤 하는 추억이 있다. 걸핏하면 공공연히 털어놓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쿠데타 향수가 그것이다. 그것이 시민의 성숙한 민주 의식과, 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노력을 능멸하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런 것을 보면, 반민주성이 체질로 굳은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외곽에서 튀어나오던 쿠데타 향수가 이번엔 한나라당 한가운데서 나왔다. 유기준 대변인은 엊그제 논평에서 “타이의 쿠데타를 남의 일로만 치부할 게 아니다. 노무현 정권은 타이의 쿠데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타이처럼 쿠데타가 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현정권에 대한 따가운 충고라고 둘러댔지만, 어떻게 쿠데타까지 들이댈 수 있을까. 5·16 쿠데타, 유신 쿠데타, 12·12 군사반란에서 5·18 계엄 확대에 이르는 신군부 쿠데타와 그로 말미암은 헌정파괴와 인권유린, 부정부패를 경험했던 국민에게 용납할 수 없는 협박이다.

불과 2년 전 탄핵정국 때 김용서 이화여대 교수는 예비역 장성과 전직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쿠데타를 부채질하는 발언을 했다.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성립한 좌익정권을 타도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복원하는 방법에는 군부 쿠데타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게 요지였다. 전역군인 단체가 중심이 된 국민행동본부도 성명에서 “(노무현씨 등) 이런 반역세력을 검·경이 단속하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국군뿐”이라고 주장했으며, 조갑제씨는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민 속에는 군인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유 대변인의 논평은 이런 인식과 맥을 같이한다. 물론 탁신 친나왓 타이 총리는 퇴임해야 마땅했다. 탁신 일가의 기절초풍할 부정부패, 헌법을 무시한 조기총선, 권력이양 사기극 따위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군이 나설 일은 아니었다. 민주적 절차가 무너지면, 민주주의는 와해되고 물리적 힘이 지배적 원리로 등장한다. 쿠데타 세력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것은 쿠데타의 반민주성을 상징한다. 그런데 바로 그 국회 안에서 공당의 대변인이 쿠데타 가능성을 언급했으니, 할말이 없다. 당대표가 5공 안기부에서 잔뼈가 굵고, 전 당대표가 유신의 따님이어서 그런 걸까.

한나라당은 헌법상의 절차를 어겼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장의 동의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헌정파괴를 본질로 하는 쿠데타 발언은 묵인하려 한다. 그래서야 어찌 민주주의 수호를 책무로 하는 공당이라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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