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22 20:46
수정 : 2006.09.22 20:46
사설
요즘 일부 고등학교에서 형편에 따라 누구는 국내로, 누구는 외국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다고 한다. 안 그래도 사회 양극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소중한 추억거리이자 교육의 한 부분인 수학여행마저 양극화한다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안민석 의원(열린우리당)이 수학여행 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서울 등 다섯 지역에서 국내와 외국으로 나눠서 수학여행을 다녀온 고교는 전체의 3.8%였고, 올해는 6.1%로 늘어났다고 한다. 아직 그리 흔한 현상은 아니지만, 점점 퍼져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전체의 5.3%가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모두 비용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또한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다.
수학여행지를 다양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전교생이 선택의 여지 없이 똑같은 곳으로 한꺼번에 다녀오는 건, 우리 교육의 오랜 병폐인 획일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경주와 제주, 중국과 일본 등 네 곳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는 한 학교가 애초 의도한 바도 다양한 기회를 주자는 것이었으리라고 본다. 수학여행지로 외국을 선택한 것 또한 무조건 탓할 일은 아니다.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이웃나라를 직접 둘러보는 것 자체가 좋은 교육이다. 일정을 잘 짠다면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주는 아주 훌륭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일본이나 중국 여행경비가 웬만한 가정이 아니고서는 너무 벅차다는 점이다. 적게는 40만원에서 75만원 정도까지 한다니, 학생의 관심이 아니라 경제적 능력에 따라 여행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교육 현장에서 강요된 선택은 다양성과 무관할 뿐 아니라 어쩌면 획일화만도 못하다.
엄연히 교육 활동의 하나로 진행되는 수학여행은 모든 학생이 빠짐없이 참여하는 걸 전제로, 학생들이 관심사나 취향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 가운데 선택하게 하는 것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큰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여행 일정을 개발하고 100명에 5명꼴인 수학여행 불참 학생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외국 현장 학습은 학교 사이 연합 또는 교육청 주관으로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따로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수학여행을 계획할 때 먼저 고려할 사항은 교육적 효과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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