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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22 20:45 수정 : 2006.09.22 20:45

사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들에 일침을 놨다. 그는 최근 “기업이 투자를 해야 성장하고 주가 상승이 가능해지므로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도록 압박하겠다”고 말했다.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면 미래에셋 펀드는 해당 기업 주식을 팔고 떠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은 국내 주식형 펀드의 3분의 1을 운용하고 있다.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만도 27곳에 이른다.

요즘 자본주의를 ‘펀드자본주의’라고도 일컫는다. 펀드가 기업경영에 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기업 권력으로 등장한 점을 강조한 말이다. 펀드의 경영 개입이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역작용도 만만찮다. 기업들이 위험이 따르는 투자는 꺼리는 반면, 단기 실적에 매달리며 배당과 주가 관리에 기업자금을 소진하는 경향이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단기 투자 수익률을 높이려는 펀드 압박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펀드 자본주의가 퍼지고 있다. 한 해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이 이뤄진 사례도 있다. 주가 관리나 기업 인수합병 방어용 자사주 매입도 늘어, 상장기업 자사주 보유액이 30조원을 넘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04년에 조사한 바, 상장기업 200곳 중 12%가 외국인 주주의 경영 간섭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고, 그 중 47%는 설비투자 대신 배당을 요구받는다고 했다. 지금도 다를 바 없다. 박 회장의 선언이, 국내 펀드만이라도 투자를 통한 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중시하는 쪽으로 변하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 기업에도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다. 외국계 펀드가 지나친 요구를 할 때 늘 아쉬웠던 게 국내 기관투자가의 역할 부족이었다.

물론 펀드가 힘쓴다고 투자가 금방 활성화되지는 않는다. 한국경제는 심각한 투자 부진에 처했다. 상장기업들은 50조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쌓아두고만 있다. 여러 이유가 있다. 수익을 낼 만한 사업 기회가 부족하고, 기업이 늘 투정하듯 정부의 규제 탓도 없지는 않을 게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야성적 충동’이라고 말하는 모험적 기업가 정신이다. 현실만 탓하며 투자하지 않는 기업에는 미래가 없다. 펀드까지 나서는데, 기업가가 현실에 안주하며 계속 몸을 사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투자 걸림돌을 없애는 일에 정부도 나서야 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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