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24 18:11
수정 : 2006.09.24 18:11
사설
여기자 성추행 사건의 당사자인 최연희 의원이 의정활동을 하겠다며 국회 의사당에 나앉은 모습은 아무리 봐도 민망하다.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 모든 피의자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하나 최 의원의 경우에도 그런 원칙이 적용된다고 보긴 어렵다. 그의 성추행 사건은 현장의 증인들은 물론 그 자신까지도 인정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재판과정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차마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진 못했다. 다만 심신장애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니 정상을 참작해 달라고 했을 뿐이다.
이렇듯 성폭력이란 파렴치한 범죄행위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동료 의원들로부터 사퇴권고까지 받은 이가 법정에서 이런 논리를 내세우며 주량공방을 벌이는 것도 파렴치한 일이지만, 슬그머니 국회에 나와 국민의 대표로서 국정감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일은 국민과 국회를 모독하는 행위와 다를바 없다.
그러나 사태가 이렇게까지 발전하게 된 데는 국회의 책임도 없지 않다. 최 의원 건은 지난 4월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됐지만 윤리특위는 그를 징계심사가 아닌 윤리심사에 회부했다. 국회법에 의원의 징계는 윤리특위 징계심사에서 제명 징계안이 통과된 뒤 본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돼 있지만 최 의원은 국회 활동과 무관한 성추행 혐의여서 ‘징계심사’에 회부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여성계에서는 △부도덕하고 반인권적인 행위를 징계할 수 있도록 윤리 심사 및 징계 요구를 일원화할 것 △국회의원 징계사유에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등 인권관련 범죄를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 △외부인사로 구성된 윤리조사위원회를 설치할 것 △일반 국민의 국회의원 윤리심사 요구권을 확대할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국회법 개정 국민 청원안을 전달했다. 그러나 청원안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국회는 땅에 떨어진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하루빨리 국회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새 국회법에 따라 최연희 의원을 제명함으로써 성폭력 행위에 대한 국회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만일 국회가 스스로 자정능력을 되찾을 수 없다면 국민이 나서서 국민소환제 도입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을 뽑아준 유권자에게 의원의 잘못을 따질 권리를 주는 것도 민주주의의 한 요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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