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의 경영기법과 현장감각을 익힌다는 취지로 도입된 ‘공무원 민간근무 휴직제’의 부작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칫 합법적인 민관 유착 및 로비의 수단이 될 판인 것이다. 그래서 지난 2002년 처음 도입된 이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때가 됐다. 그냥 방치했다간 돌이키기 어려운 부작용만 남길 수 있다.김영주 의원(열린우리당)이 어제 공개한 공정거래위원회 소속 민간근무 공무원 실태를 보면, 문제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2003년부터 올해 2월까지 민간기업에서 일한 3~4급 공무원 11명이 받은 실제 보수는 그 전 공무원 봉급의 2~3배였다고 한다. 애초 이들이 민간기업과 약정한 보수는 그전에 받던 공무원 연봉보다 평균 2855만원 많은 정도였다. 그런데 기업들은 공정위원장 승인까지 받은 약정 보수를 무시한 채, 매월 250만원에서 1200만원까지 더 얹어 줬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게다가 공정위는 약정 보수보다 많이 받는 걸 알면서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공정위는 이들의 근무실태를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민간근무 휴직제가 부수입을 챙기는 기회로 당연시되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공정위 직원들이 파견된 기업의 성격도 문제다. 대부분이 공정위와 직접 법적인 다툼을 벌이는 법률사무소에 파견되었고, 이들의 업무를 두고 공정위는 ‘질 높은 검토의견서 작성 등으로 변호사업무 수행에 도움’ 등의 평가를 내렸다. 이쯤 되면 민간의 기법을 익혀 공무원 업무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이 제도와 관련해 공정위가 부각되는 건 아마도 가장 적극적으로 제도를 활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공정위의 업무상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기업의 업무 흐름을 잘 알면 그만큼 불공정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파견 대상 기업 선정, 적정한 보수 설정, 복직 뒤 업무 활용 등을 전면적으로 다시 따져봐야 한다. 만약 악용 소지를 막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하루속히 중단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이 참에 다른 부처의 운영 실태도 정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제도가 자칫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전락하는 걸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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