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25 18:04
수정 : 2006.09.25 18:04
사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하는 의견을 전한다며 미국을 방문했던 한나라당 대표단의 활동이 ‘조공 외교’ 논란만 남긴 채 별 성과없이 끝났다. 이상득 국회부의장을 단장으로 한 한나라당 방미단은 애초 계획했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은 물론, 국무부와 국방부의 핵심 관리들도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일부 의회 의원들과 전직 관리들, 두뇌집단 연구자들을 만나는 데 그쳤다.
그나마 미국 정부 바깥 인사들과의 대화 내용도 한나라당 방미단의 기대에 훨씬 못미쳤던 것 같다. 특히 미국 쪽 전문가들은 철저하게 자국 이익에 근거한 발언으로 일관했다. 로버트 리스카시 전 한-미 연합사령관은 “작통권 이양은 한-미 정상 사이에 이미 결정돼 되돌릴 수 없게 됐다”고 말했으며, 존 틸럴리 전 사령관은 “작통권 이양 후 주한 미군은 한국에만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 작통권 이양이 미국 국익에 부합된다는 얘기로, 이미 다 알려진 내용이다. 정기국회 회기 중에 의정활동을 제쳐두고 의원 6명이 워싱턴으로 달려가는 수고를 한 데 비해 보잘 것 없는 성과다.
이런 결과는 이미 방미 전에 예상됐던 바다. 야당 대표단이 쫓아가서 애걸복걸한다고 미국이 자국 이익에 따라 결정한 사안을 쉽게 바꿀 리 없기 때문이다. 또 양국 정상 사이에도 합의가 끝난 사안이다. 오히려 우리 내부의 이견만 노출할 뿐인 야당의 이런 행보는 작통권 환수를 둘러싼 정부간 협상에서 우리 쪽 입지만 약화시킬 뿐이다. 국내 정치적인 문제와 달리 국가 이익이 걸린 외교 문제에서는 각 정당이 신중하게 발언하고 행동해야 하는 까닭이다.
지금은 바깥으로 쫓아다니면서 스스로를 비하하는 소리만 크게 낼 때가 아니다. 작통권 환수에 따른 안보 공백이 없는지, 한반도의 군비경쟁이 벌어지지 않을지 등을 두고도 여야가 국회에서 머리를 맞댈 때다. 진짜 국익에 보탬되는 길이다.
“우리가 옛날에 죽지 않으려고 중국에 조공도 바치고 책봉도 받아가면서 살아남지 않았느냐 ”는 이 부의장의 워싱턴 발언도 부적절했다. 작은 나라는 명분보다는 실용을 중시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이지만, 힘으로 질서가 유지되던 봉건시대와 상호 이익추구를 바탕으로 국제관계가 조율되는 현시대를 혼동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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