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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26 18:28 수정 : 2006.09.26 18:28

사설

이용훈 대법원장이 이른바 ‘검찰·변호사 비하성 발언’ 논란을 두고 어제 “거친 말을 하고 실수를 했다. 무시하거나 비하할 뜻은 없었다”며 사과와 유감을 표명했다. ‘수사기록을 던져버리라’는 발언으로 촉발된 법조계 내부의 날선 대립을 이쯤에서 수습하자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법조계 안팎에서 본질을 벗어난 말꼬리 잡기식 논란은 자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넓은 터다. 국민들한테 전혀 도움될 게 없는 소모적인 감정 대립을 끝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번 논란은 공판 중심주의 등 사법개혁 방향과 주도권을 둘러싼 법조 직역간 뿌리깊은 견해 차이가 격렬하게 불거진 것이다. 대법원장의 발언은 불쏘시개 구실을 했을 뿐이다. 법조계 내부에서 사법개혁 방향을 두고 공론이 벌어지는 걸 마달 일은 아니다. 사법개혁 과제가 하나씩 진척될수록 갈등 수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 언젠가는 거쳐야 할 과정이기에, 감정적 대응과 힘겨루기 차원에서 벗어나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이번 논란의 핵심인 공판 중심주의는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다. 검찰과 변호인은 피고인의 혐의와 유·무죄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다투고, 법관은 충분한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공소장의 오·탈자까지 그대로 베낀 판결문을 버젓이 읽는 법관, 물증 없이 조서 하나로 유죄를 입증하겠다는 검사, 변론은커녕 법정 출석도 하지 않고 유리한 판결을 척척 받아내는 전관 변호사들이 과연 극소수라고 말할 수 있는가.

물론 공판 중심주의가 이 모든 병폐를 일거에 해소할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을 것이다.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것이고 재판 지연 등 당장에는 적잖은 불편도 예상된다. 하지만 법조계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매진한다면 사법 서비스의 질을 한단계 끌어 올리는 길이 될 것이다.

검찰은 엊그제 수사기록을 미리 법정에 제출하지 않는 한편, 민사재판의 증빙용으로 오용되는 사례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검찰 말대로 공판 중심주의에 적극 부응하려는 취지라면 환영할 일이다. ‘해볼테면 해보자’는 식의 맞대응이 아닐 것으로 믿는다. ‘법조 삼륜’이 뿌리깊은 동업자 의식을 내던지고 국민을 위해 선의의 경쟁에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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