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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28 22:22 수정 : 2006.09.28 22:22

사설

지난 1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군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주둔 연장 문제가 논의됐다는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발언에 주목한다. 청와대는 힐 차관보의 발언을 즉각 부인했지만, 그렇다고 철군 등에 대한 분명한 태도도 밝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정부 움직임에 비춰보면 힐 차관보의 발언이 오히려 진실에 가까운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자이툰부대 주둔 경비 1000억원 가량을 책정했고 내년에 파견할 5진 3차 병력 200명을 모집하는 공고도 이미 지난달에 내놓았다. 국방부는 ‘가변적 상황 대비’라고 하지만, 주둔 시한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분명한 철군 일정을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움직임이라 주둔 연장을 고려한 수순처럼 보인다.

자이툰부대 주둔을 더 연장해서는 안 된다. 이라크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미국 국가정보위 보고서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 새로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양산하는 온상이 되면서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6일 공개된 미국 국무부의 이라크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4분의 3 가량이 (한국군이 포함된) 다국적군이 철수해야 이라크가 더 안전해질 수 있다고 응답했고, 65%는 즉각적인 철군까지 요구했다. 다음날 공개된 미국 메릴랜드대학의 여론조사에선 미군 등 다국적군에 대한 공격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62%나 됐다. 이라크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산이나 세계 평화를 위한 전쟁이란 미국의 명분이 완전히 허구로 판명난 것이다.

더군다나 일본 등 주요 파병국들도 이미 철군을 완료했거나 철군 일정을 밝혀놓은 상태다. 미국의 핵심 우방인 영국조차 내년 중반까지는 병력을 철수하겠다고 공언했다. 자이툰부대 파병의 명분이 된 유엔 안보리 결의 1546호도 이라크에 정부가 수립되면 다국적군의 임무는 끝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가 이런 부도덕한 전쟁에 끝까지 같이했다는 불명예를 감당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물론 정부는 철군이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이나 한-미 동맹의 미래 등에 끼칠 파장 등을 고려할 것이다. 그러나 한-미 동맹의 진정한 미래는 맹목적 대미 추종이 아니라 미국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만드는 데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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