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29 18:34
수정 : 2006.09.29 18:34
사설
“해방이 된 뒤 좌우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이 이념 대립의 희생자가 됐습니다. … 원혼들의 뼈를 추슬러 혼백을 위로하는 일이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요. … 죽기 전에 통일은 못 보더라도 민족화합의 길로 들어서는 모습만은 꼭 지켜봤으면 합니다.” 1995년 현금 5억원과 땅 1만2천평을 한겨레신문사에 기탁해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설립의 주춧돌을 놓은 김철호 선생의 말이다. “뼈에는 색깔이 없다”던 그는 아쉽게도 재단 출범을 보지 못하고 그해 가을 지병으로 숨졌다. 다음해 7월 문을 연 이 국민 통일재단에는 세살 어린이부터 백살 노인까지 3만2천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 재단이 어제 창립 열돌을 기념하는 모임을 열었다. 서울 63빌딩에서 ‘한반도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한반도 평화와 상생을 위한 학술회의’에선 보수·진보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말 그대로 상생의 길을 찾는 토론을 벌였다. 이어진 ‘평화와 상생의 밤’ 행사에선 축하공연과 함께 지난날을 차분히 돌아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하나같이 진지하고 열띤 분위기였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남북 화해와 교류를 촉진하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모색하는 일을 해 왔다. 북한 주민들이 식량난 등으로 큰 어려움에 빠진 97년엔 전국적인 북녘동포돕기 운동에 불을 지폈고, 98년엔 분단 이후 첫 순수 남북 민간 교류행사인 제1회 윤이상통일음악회 평양공연을 했다. 평양교예단 서울공연, 금강산 자전거 평화대행진, 이라크 어린이에게 의약품 보내기, 평화박물관 건립 켐페인, 북한 용천역 사고 동포 돕기 등도 이 재단이 주도했다.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지향하는 국제 심포지엄과 한겨레통일문화상 행사도 계속될 예정이다.
재단은 앞으로 비전을 ‘인류와 함께할 평화와 상생의 길 100년’으로 잡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적 번영을 가로막는 여러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상생의 내일을 열자는 것이다. 갈등해결 아카데미 설립, 지리산 한겨레평화생명공원 조성, 평화교육 프로그램 개발, 남북 어린이 평화교류 지원, 한겨레 아시아미래센터 설립, 동아시아 대학생·청소년 평화교류 등이 구체적 내용이다. “화해의 씨를 뿌리고 평화의 나무를 가꿔 한반도와 아시아를 상생의 열매 풍성한 평화의 마을로 일구는 평화의 농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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