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9.29 18:36 수정 : 2006.09.29 18:36

사설

서울지방노동청이 정리해고된 고속철도(KTX) 여승무원들의 고용 관계는 불법 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어제 결론지었다. 불법 파견에 해당하는 요소들이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적법한 도급이라는 게 노동청의 설명이다. 이례적인 불법 파견 재조사 결과 치고는 너무 옹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거냐’는 비판이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끝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고속철도 여승무원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여성 문제에 대한 정부의 태도와 의지를 가늠할 시금석 같은 사건으로 인식돼 왔다. 철도공사 자회사인 철도유통에서 해고된 여승무원들은 지난 3월부터 200일 이상 철도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였다. 여성단체와 노동단체 등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래서 이 사건은 대표적인 노동 현안으로 부각됐고, 결국 노동부가 진상을 재조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으며, 분노한 고속철도 여승무원들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노동부의 이번 결정은 단지 여승무원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노동부는 철도공사가 여승무원들의 업무수행 방식을 규정하고 공사 소속인 열차팀장이 업무 수행상태를 확인하는 등 몇가지 점을 불법적인 측면으로 인정했다. 그럼에도 철도유통이 병가와 휴가를 승인하고 징계권을 쥐고 있으며, 4대 보험 가입 주체도 철도유통이라는 걸 들어 전체적으론 적법하다고 판정했다. 직접적인 업무 측면에선 불법 파견이지만 부수적인 측면에서 보면 적법하다고 강변하는 격이다. 노동부가 이런 식으로 판단한다면, 앞으로 기업들이 불법 파견을 합법으로 위장하는 건 식은 죽 먹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파견노동자 보호를 위해 제정된 파견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결정이라고 지적한다.

여승무원들과 연대해 온 한 단체는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에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긴 연휴를 앞두고 발표한 치사함과 잔인함에 피눈물이 흐른다.” 정부는 어제 발표로 사태가 끝나기를 기대할지 모르지만, 사태가 쉽게 마무리되진 않을 것 같다. 이미 국정감사의 쟁점으로 예고돼 있고, 여승무원과 연대해 온 단체들도 이 문제를 계속 쟁점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이제 정치권이라도 나서야 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