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01 18:00
수정 : 2006.10.01 18:00
사설
그제 새벽 서울 영등포역 통로에서 잠자던 노숙인 두 명이 방화 셔터에 눌려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다리 쭉 펴고 잠잘 곳도 없는 노숙인이 이렇게 어이없이 목숨을 잃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데서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꼴이다. 긴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이어서 더욱 이들의 죽음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몇해 동안은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았다. 정부도 이런저런 재활·보호대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이 큰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는 별로 없다. 어느 땐가부터 사회적 관심도 부쩍 줄었다. 그런데도 겉보기엔 노숙인이 꽤 많이 줄었다. 그리고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잘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관심도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가끔씩 철도역사 등에서 쪼그리고 잠자는 노숙인을 봐도 모두 무덤덤하다. 익숙한 도시 풍경의 한 부분으로 인식할 뿐이다. 하지만 노숙인 지원단체가 집계한 지난 5월 현재 전국의 쉼터 이용자만도 3375명에 이른다. 한해 전에 비해 1000명 이상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수치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가장 서러운 건 무관심이다. 특히 노숙인들은 더할 것이다. 노숙을 하게 된 사정은 제각각이겠지만, 노숙을 계속하다 보면 삶의 의욕을 잃기 쉽다. 노숙이 조금 길어지면 십중팔구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힘을 북돋워주지 않으면 노숙 생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긴 추석 연휴를 맞아서 너나 할 것 없이 분주하다. 고향에 갈 채비를 하는 사람, 친지들을 위한 선물을 챙기는 사람, 황금 연휴를 맞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 이렇게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서 노숙인을 비롯한 소외 계층은 더욱 쓸쓸해지기 마련이다. 명절에라도 그들의 이런 마음을 헤아려주는 배려가 아쉽다. 비록 일시적일지언정 그들에게는 힘이 될 수 있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노숙인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새우잠이라도 잘 수 있는 곳마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들이 다시 일어서도록 돕는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해주고 난 뒤의 일이다. 거리에서 노숙하다가 변을 당하는 일이 다시 없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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