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개인별·가구별 토지 소유 현황을 발표했다. 토지와 주민등록 전산망을 연계해 토지 소유 실태를 파악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고,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해에는 개인별 실태 분석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가구별 분포도 파악돼 실상을 좀더 정확히 볼 수 있게 됐다. 땅 쏠림 현상은 가구별 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국토 중 개인 명의로 등록된 민유지가 57%인데, 주민등록 인구 4878만명 중 1%를 약간 넘는 50만명이 이 땅의 57%를 갖고 있다. 가구별로 봐도 땅 쏠림이 극심하다는 결론을 내리기엔 부족함이 없다. 전국 1785만 가구 중 40.1%를 차지하는 715만가구는 딛고 서 있을 자기 땅이 없다.
반면에 0.5%를 약간 넘는 10만 가구가 30.3%(땅값 기준으로 21.7%), 2.8%인 50만 가구가 59.3%(43.5%)의 땅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개인별 토지 소유 실태가 발표됐을 때 일각에서는 정부가 어린아이까지도 통계에 집어넣어 땅 편중 정도를 과장했다고 폄하한 바 있다. 통계 처리 방법의 문제를 지적한 건 나름대로 일리 있다 하나, 그 밑바닥에는 당시 한창 논의되던 8·31 부동산대책에 흠집을 내겠다는 의도가 읽혔다. 이번에 나온 가구별 분포를 보고도 땅 편중의 심각성을 부인할까.
땅은 생산의 토대이자 삶의 터전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땅의 지나친 쏠림은 사회 불안과 갈등을 키웠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인구에 견주어 땅이 좁기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나라다. 가뜩이나 부족한 땅이 투기와 축재의 방편이 돼서는 땅의 효율적 이용도, 값 안정도 기대할 수 없다.
상위층의 토지 보유 면적이 지난해 6월 말과 견주어 1% 남짓 준 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종합부동산세제를 강화하고 농지 및 임야에 대한 토지거래 허가 요건도 까다롭게 하는 등 8·31 대책이라도 없었으면 어떠했을지 곱씹어보게 한다. 하지만 상위층의 토지 보유 면적이 준 정도는 그야말로 편중 심화가 멈춘 수준이지 개선이라고 할 건 못 된다. 토지 공개념적 요소를 더 폭넓게 도입하는 등 토지 편중을 완화할 근본 대책을, 정부 당국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심도 있게 논의해봐야 한다. 실상이 확인됐으면 개선 대책을 세우는 게 마땅한 절차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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