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03 18:20
수정 : 2006.10.03 18:20
사설
화장률이 52.6%에 이르렀다고 한다. 1970년 10.7%에서 91년 17.8%로 거북이 걸음하던 것이, 이후 14년 만에 세 배로 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2010년엔 7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묘지가 국토의 1%에 이르고 해마다 여의도 만한 땅이 묘지로 바뀌는 우리의 현실에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아직 일본(97%) 타이(90%), 그리고 유럽에 견주면 낮은 수준이다. 우리의 비좁은 국토를 고려하면 화장률은 더 높아져야 한다.
문제는 이런 긍정적인 변화를 가로막는 현실이다. 화장 수요는 늘고 있지만 화장장은 포화 상태다. 그러나 지역 이기주의와 지자체의 무사안일은 새로운 화장장 건설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수도권 화장장은 이미 하루 적정 처리량(화장로당 2.3건)을 초과했다. 서울(벽제시립화장장)의 경우 4.7건에 이른다. 서울 유족은 화장 차례를 기다리느라 5일장까지 치르는가 하면, 요금이 서너배 비싼 춘천 원주 홍성 제천 등지를 전전한다. 경기도 성남 화장장은 이미 서울시민이 성남시민보다 더 많이 이용한다. 서울시민은 대전이나 인천 화장장도 5~7%씩 이용한다. 이렇게 된 까닭은 서울시가 2001년부터 추진해 온 서초구 원지동 제2 추모공원이 주민 반대로 6년째 첫 삽조차 뜨지 못한 데 있다. 이웃 지자체의 화장장은 제집 드나들듯 하면서 제 동네엔 들이지 않겠다는 심보가 참으로 고약하다. 서울은 2010년 화장로가 9.5기 더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화장장이나 납골시설 부족은 화장률 증가세를 둔화시킨다. 서울은 98년 이후 5~6%씩 증가하던 것이 2003년 2%, 2004년 0.2%로 떨어졌다. 반면에 화장장 형편이 조금 나은 부산은 지금도 매년 3~4%씩 늘어 지난해 74.8%의 화장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화장장을 2010년까지 53곳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현재 추진 중인 화장장은 주민의 반대와 지자체의 외면으로 대부분 공사가 중단됐다. 지자체가 반대하는 곳도 있다.
좁은 국토의 효율적 관리와 환경보호를 위해 화장은 불가피하다. 장례 방식 역시 납골당보다는 수목장·자연장 등 산골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한 대전제가 화장이고, 화장장의 확충이다. 지자체 눈치만 볼 상황이 아니다.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자체별 화장장을 의무화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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