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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모험주의’에 냉철한 대응을 |
북한이 그제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실험 계획을 밝혔다.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훨씬 위험한 벼랑 끝 전술이다. 미국을 압박해 양보를 얻어내려는 목적이 크다고 하더라도, 자칫하면 한반도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핵 모험주의다. 6자 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관련국들의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더 유감스럽다. 악의적인 의도가 아니라면 국제사회 흐름과는 동떨어진 비현실적 사고체계의 산물로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즉각 핵실험 선언을 철회해야 한다.
북한은 핵실험 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돼 왔으나, 능력을 가진 것과 실제 실험을 하는 것은 그 파장에서 천양지차다. 북한의 핵 기술이 다른 나라에 전파되거나 사용될 가능성이 아주 커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을 중심으로 대북 강경책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것이다.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이라는 원칙에 세계 각국이 동의하고 있는 만큼, 유엔 차원의 대북 봉쇄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도 큰 어려움에 부닥치고, 남북 관계도 급랭할 것이다.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자신이 얻을 것은 고립과 고난뿐임을 분명히 알기 바란다.
관련국들 또한 강경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벼랑 끝 전술에 기대는 북한을 벼랑 밑으로 밀어버리려 해서는 최악의 상황을 낳을 수 있다. 사실 북한도 협상으로 핵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 성명에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원칙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절대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핵무기를 통한 위협과 핵 이전을 철저히 불허할 것”이란 표현도 협상 뜻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 정부 안에서 이번 일을 빌미로 대북 협상 무용론이 커지는 것을 경계한다. 북한의 태도가 도발적이긴 하나 6자 회담 재개를 통한 사태 해결은 여전히 최선의 길이다.
따라서 관심의 초점은 다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으로 돌아온다. 한·미·중 세 나라는 이미 이 방안에 거의 합의한 상태이며, 곧 있을 한-일 및 한-중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세부내용이 다듬어질 예정이다.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의 일환으로 경제 제재를 가한다고 믿는다. 포괄적 접근방안에 제재 문제를 풀 방법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이유다.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법 집행일 뿐이라는 미국 주장과는 달리, 사실상 모든 대외 금융 거래를 봉쇄당한 북한으로선 미국이 정권 교체를 꾀하는 것으로 의심할 만하다.
야당 등이 대북 포용정책의 파탄을 주장하며 강경몰이를 요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 정권의 성격과 대북 접근 방식을 두고 생각이 다르더라도 지금은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뭔지 고민하고 행동을 절제할 때다. 일단 한반도 위기가 시작되면 사태 수습이 아주 어려워진다. 대화의 동력을 키워 6자 회담 재개 실마리를 찾는 일에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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