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08 21:58
수정 : 2006.10.08 21:58
사설
국민연금기금을 누가 어떻게 운용할 것이냐 하는 중요한 의제가 국민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 기금은 지난 6월말 현재 국내총생산의 20%에 해당하는 170조원이 적립되어 2007년 정부의 일반회계 예산안 158조원보다 더 큰 규모로 성장했다. 국민연금기금은 우리나라 채권 발행 총액의 18%에 해당되는 약 154조원을 투자하고 있고, 주식시장에서 큰손이 된 지도 오래다. 이 기금을 빼고 경제 운용을 논의하기 힘든 단계인 것이다.
그동안 비상설기구였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는 건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중요한 많은 부분들이 여전히 미해결로 남아 있다. 기금운용위를 어디에 둘지가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다. 지금까지 정부·여당은 복지부 소속을 선호하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독립된 위원회를 선호한다. 공적연금기금의 최대 위협은 ‘기금의 정치화’에서 오는 만큼 가능한 한 독립된 성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용위가 독립되더라도 기금관리기본법 등의 규정에 따라 전체 정부 재정의 틀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금의 투자 방향이 정부 재정운용과 엇박자가 날 가능성은 극히 적다.
위원회의 주요 구성원을 누구로 할 것이냐는 기금의 성격에 대한 인식 차이와 연결되어 있다. 수익률을 중시하면 다수의 투자전문가로 구성하는 게 타당하지만 성장잠재력을 높이려는 투자나 연금지급의 안정성을 중시하면 연금 가입자나 공익위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기금의 규모가 커질수록 국민 경제적 역할과 안정성 문제가 더 중요해지는 만큼, 투자전문가와 가입자, 공익위원들이 균형을 이루는 방식이 최선이다.
정부·여당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에는 기금운용위의 기금운용 의결 권한을 삭제하고 정부위원으로만 구성된 정책협의회를 신설하는 방안이 들어 있다. 이 조항들은 사회적 합의에 따른 기금 운용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다. 정부는 소모적인 논란만 가져올 게 뻔한 이 조항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보다 기금 운용의 민주화와 전문성이 상당히 확보된 건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의 틀로 가두어 놓기에는 국민연금기금의 규모가 너무 크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운용위 개편을 두고 좀더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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