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10.08 21:58 수정 : 2006.10.08 21:58

사설

재정경제부·국세청·감사원 등 힘있는 기관에서 퇴직한 고위 공무원 중 국내 4대 대기업에 재취업한 이들이 지난 5년 동안 105명이나 된다고 한다. 취업 제한을 받지 않는 비상임직이나 법무·회계법인 이직자를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고위 공직자들이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민간업체로 옮기는 것 자체를 비난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이 정경유착 및 부패의 고리를 막기 위해 고위공무원의 민간 취업을 제한하고 있음에도, 법 취지를 거스르는 편법이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허술한 법 규정이다. 현행 규정은 퇴직 전 3년간 소속한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기업체 취업을 2년 동안 제한하고 있다. 취업 제한 대상이 자본금과 외형 거래액 기준이어서, 로비 수요가 많은 법무·회계법인이나 신설 업체는 대부분 제외된다. 일단 대기업 연구소 등에 취업했다가 제한 기간이 지난 뒤 유관 업무를 맡는 편법에도 속수무책이다.

취업 제한을 심사하는 기준도 지나치게 느슨하다. 취업 제한 사유인 업무 연관성을 판단하는 일차 책임자는 해당 기관장이다. 애초부터 제식구의 이직을 가로막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사정이 이러니 금융감독기관은 퇴직 예정자에게 취업 제한에 걸리지 않을 보직을 배려하는 게 관례가 되었다. 판·검사는 업무 연관성을 따질 별도 기준조차 없어 사실상 민간업체 이직이 자유롭다.

이런 편법을 걸러내야 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 기준은 무르기 짝이 없다. 업무 연관성을 ‘직접 인·허가나 감독 업무를 맡은 경우’ 등으로 아주 협소하게 해석해, 최근 3년 동안 취업 승인을 거부한 사례가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올해부터 의무화된 윤리위의 사전 승인 조항이 오히려 편법 취업에 합법성을 준 셈이다.

국가청렴위원회는 최근 현행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에 관한 제도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차원에서도 취업 제한 정부기관과 대상 업체를 확대하는 한편, 업무 특수성에 따라 규제 기준을 세밀하게 구분하는 등 적극적인 법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퇴직 공직자의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정경유착과 불법 로비 가능성을 차단하는 게 우선 과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