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1 18:13
수정 : 2006.10.11 18:13
사설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북한 압박에 치중해 온 조지 부시 미국 정부의 실패이기도 하다. 그런데 부시 정부는 외교적 해법을 말하면서도 다시 제재·압박 강화에만 집중하고 있어 실망스럽다.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제재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점에서, 한쪽으로 치우친 미국의 이런 태도는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 쉽다.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대화에 나서야 한다.
미국은 대북 전면 봉쇄 수준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과 자신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강화를 함께 밀어붙이고 있다. 이를 위해 로버트 조지프 미국 국무차관이 곧 한국을 찾는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도 “핵실험 이후 북-미 양자 회담이 더 어려워졌다”며 “모든 나라가 북한 정권에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했다. 실패의 원인을 살펴보고 더 나은 대안을 찾기보다는 북한을 몰아치기만 하면 된다는 태도다.
지난 몇 해 동안 북한과 미국은 서로 정보조차 부족한 상태에서 상대의 행동을 나쁜 쪽으로 해석하면서 불신의 벽을 높여 왔다. 6자 회담 재개의 최대 걸림돌인 금융제재만 놓고 보더라도 양쪽은 공방만 계속했을 뿐 직접 만나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이번 핵실험은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북-미 직접 대화는 6자 회담을 재개해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길이다. 미국 안에서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미국이 정말 북한 정권의 교체를 추진하지 않을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미국이 정말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이뤄내길 바란다면 북한의 이런 요구를 못 들어줄 이유가 없다. 반면 직접 대화를 피할수록 미국의 속셈에 대한 북한의 의심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핵실험 이후 미국 언론에는 북한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에 대한 기사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내 강경파의 시각을 상당 부분 반영하는 이들 기사는 한국과 중국이 그 부담을 떠맡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한다. 제재·압박에 치중하는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 만에 하나라도 이런 막연한 북한 붕괴론에 기대고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비슷한 조건에서 지난 10여년을 버텨온 북한 체제가 갑자기 무너질 이유도 없거니와 그런 가정 자체가 그릇된 대응을 유발하고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처와 관련해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안정 유지, 6자 회담 복원에 도움이 될 것 등이 그것이다. 이는 6자 회담 참가국이 모두 공유해야 할 원칙이기도 하다. 북한이라는 나라를 바라보는 각국의 시각은 다를 수 있지만,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이 단순한 응징에 그치지 않고 사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려면 북-미 직접 대화 역시 한 축을 이뤄야 한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