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5 22:41
수정 : 2006.10.15 22:41
사설
비소는 사약이나 독살용으로 많이 쓰던 독극물이다. 극미량이라도 몸속에 들어가 장기간 축적되면 온몸에 통증을 일으키고, 감각을 상실시키며, 중추신경계 이상을 초래한다. 미국의 하버드대학은 최근 피부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비소를 꼽기도 했다. 이런 위험 물질은 엄격하게 법으로 통제해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게 상식이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개발도상국에서도 국민 건강을 중시하는 나라는 그렇게 관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은 어린이 놀이터나 아파트 발코니 등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비소 같은 독극물을 접한다. 나무를 썩지 않게 하기 위해 처리하는 시시에이(CCA) 방부제에 비소와 크롬, 구리와 같은 독극물이 다량 사용되기 때문이다. 방부목재 속 중금속은 비나 풍화작용으로 녹아 나와 건강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세운 지 일곱 달 된 목재 데크 주변의 땅속에 7m 밖보다 4배나 높은 평균 6.68㎎/㎏의 비소가 검출되고, 도로변 나무방음벽 주변 땅에는 평균 49.7㎎/㎏으로 농경지의 법적 비소 농도 기준을 8배나 초과했다는 연구 결과는 위험성을 일깨워 준다. 방부 처리됐던 폐목재 실험에선 환경부가 정한 지정폐기물 기준치보다도 4배나 많은 비소가 녹아 나왔다고도 한다. 폐목재는 원예용으로 화단에 뿌려지거나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과정에 재활용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중독되고, 비소가 다량 함유된 퇴비와 땅에서 농사지은 농작물을 먹고 중독돼 가고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지 몹시 우려된다.
피해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5년 전에 환경단체가 비소 유출 문제를 제기했지만 환경부는 유해물질이 목재로부터 녹아 나올 가능성이 없다고 묵살했다. 지난 5년간 국내에서는 비소계 방부제로 처리한 목재의 사용량이 4배나 늘었지만 외국에서는 이 방부제 사용을 원천 금지하거나 놀이터, 담장, 발판 등에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 결과 자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방부목재를 한국에 수출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관료들의 무사안일이 나라를 국제적인 봉으로 만들고 국민을 병들게 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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