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주말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대북 압박 강화몰이가 본격화하고 있다. 자칫하면 과거 이라크의 경우처럼 돌아올 수 없는 수준으로 사태가 악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의 노력도 더 절실해졌다.미국은 제재 강화를 중심으로 새판을 짜겠다는 뜻을 갖고 한국과 중국에 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존 볼턴 유엔주재 대사 등 미국 정부 주요 인사들은 중국이 대북 지원 중단 등 강력한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볼턴 대사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군사적 대안을 배제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또 딕 체니 부통령 측근들은 일본이 핵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까지 하면서 중국 쪽에 단호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고 〈뉴스위크〉 최신호가 전했다. 오는 19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일 외무장관 회동에서도 라이스 장관과 아소 다로 일본 외상은 대북 제재 강화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대화의 ‘대’자도 거론하지 않은 채 대북 봉쇄에만 골몰하는 이런 태도는 북한 핵실험에 맞먹는 또다른 모험주의로, 그대로 진행될 경우 사태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 정권이 압박을 못 이겨 굴복하거나 체제가 붕괴할 거라는 가정은 근거가 빈약하며, 압박 강화는 북한의 격렬한 반발만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각국의 대응은 대화와 협상을 성공시키기 위한 방안을 찾는 데 집중돼야 하고, 제재는 보조 수단에 머물러야 한다.
우리 정부가 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우선 미국이 요구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를 거부하고, 미국과 일본이 한반도 근해에서 북한과 무력충돌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지 않도록 요구해야 한다. 공해에서 특정국의 선박을 강제로 세워 살피는 행위는 그 자체로 초법적이다. 미국 정부내 일부 인사들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문제 삼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 월권으로서, 확실히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경협 등 평화적 남북 교류·협력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상황 관리를 위해 중요하다.
나아가 우리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화 틀을 짜는 데 핵심적인 구실을 해야 한다. 이제까지 논의해 오던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더 진전시켜 북-미 직접 대화를 포함한 대타협 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대북 특사 파견 등 고위급 남북 채널을 활용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재보다는 대화를 중시하는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은 물론, 미국·일본과의 접촉도 대화 틀 마련에 집중하도록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국내 일부 세력이 주장하듯이 제재에 무비판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북한의 추가 조처도 있어선 안 되지만, 봉쇄 위주의 대북 대응도 위험하다. 지금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북한 핵문제의 진전 방향이 달라진다는 점을 명심하고 대화로 해결하려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때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