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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17 19:30 수정 : 2006.10.17 19:30

사설

기름진 음식일수록 상하면 독성이 강해진다. (정치·지식) 권력도 마찬가지다. 권력의 크기에 비례해 해독은 커진다. 수많은 사건 속에서 정치권력의 부패에 대한 경각심은 꽤 높아졌다. 그러나 지식인(전문가)의 부패는 여전히 관심 밖이다. 황우석씨의 논문조작 사건 때문에 반짝 그 위험성이 부각됐을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학문적 혹은 지적 사기가 주목받는 경우란 정치적으로 포장되고 과장될 때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논문 자기표절 사건은 그 좋은 실례다. 그 파장이 국정을 마비시킬 정도였지만, 정치적인 타협(공직 사퇴)과 함께 관심은 사라지고, 학계는 예전의 ‘평온함’을 되찾았다. 표절·대필·성과 부풀리기 등 온갖 학문적 사기가 난무하는 학계의 풍토를 뒤엎는 일대 지진해일이 되리라던 것은 순진한 기대였다.

이런 사정은 지적인 부패가 연구자와 학계 그리고 출판·미술계 등 우리의 지식사회 전반에 퍼져나가게 하는 온상이 됐다. 아시아 미술계에선 손꼽히는 중국 상하이비엔날레의 공동큐레이터로 선정된 우리 중견기획자가 쓴 전시도록 서문이 표절로 드러나 인터넷홈페이지에서 지워진 것은 그 뼈아픈 사례다. 그는 지난해 부산비엔날레 워크숍에서 네덜란드 기획자가 발제한 내용을 간추려 서문 작성에 활용했다고 한다. 이 표절로 상하이비엔날레의 성가와 한국 미술계의 위상을 떨어뜨릴 게 분명하다.

출판계에선 최근 밀리엄셀러 <마시멜로 이야기>의 대리번역 의혹이 제기됐다. 출판사 쪽은 이중번역이라고 주장하나, 판촉 차원에서 번역자를 <에스비에스> 정지영 아나운서로 바꿔치기했다는 주장이 유력하다. 상업적 목적에 따른 역자 바꿔치기가 하도 빈번해서인지, 출판계는 무덤덤하다. 유명인의 자서전은 대부분 대필이라니, 사실 놀랄 일도 아니다.

지적 풍토가 이렇다 보니, <역사학보> 최근호에 실린 두 사학자의 공개 사과문은 오히려 신선하다. 다른 교수가 편역한 ‘역주고려묘지명집성’의 일부 내용을 허락 없이 인용·전재한 것에 대한 사과였으니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번역문과 역자까지 존중받는 계기가 된다면, 지식사회의 도덕성 회복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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