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7 19:32
수정 : 2006.10.17 19:32
사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는 징후가 잡혔다고 한다. 북한 외무성도 어제 ‘미국의 동향을 주시하며, 그에 따라 해당 조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그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새로운 핵실험은 북한의 철저한 고립을 부르면서 사태를 파국 쪽으로 진전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스스로 목을 죄는 행동을 절대 하지 말기 바란다.
북한 지도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사고체계를 가진 사실은 지난 9일 핵실험 및 이후 행태에서 잘 나타난다. 북한 정권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채택 및 미국의 추가 압력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물리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해 왔다. 주민들에게는 반미 대결전에서 최후의 승리를 거둘 거라고 장담한다. 핵 보유국 지위를 굳혀나가면 미국과의 대결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얼마나 심한 착각인지는 유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돼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공조 수준이 높아지고, 혈맹인 중국까지도 북한에 싸늘한 태도를 보이는 데서 알 수 있다. 추가 핵실험은 이런 과정을 더 가속화할 것임이 분명하다.
북한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핵 활동을 강화할수록 평화적 해결도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자유로운 핵 활동은 지구촌의 기존 핵 관리 체제를 불안하게 할 것이고, 국제사회는 이를 용납할 수 없으므로 대북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높일 것이다. 북한 정권은 체제의 생존력을 믿을지 모르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상의 고통을 피할 수 없다. 남북관계도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기가 어려워지는 이상으로 뒷걸음질할 것이다. 추가 핵실험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고 평화적 해결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할 책임이 다른 6자 회담 참가국에도 있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미국은 대화 노선을 분명히해야 한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동북아 순방을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대북 활동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제재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강경대응 위주의 이런 태도는 대화는커녕 상황 악화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6자 회담 참가국 모두 북한 핵문제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도 특히 북한과 미국의 경우 실제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서로 믿지 못하는 데 있다. 그럴수록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하고 대화 의지를 분명히해야 한다.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포함해 섣부른 행동을 삼가고, 미국은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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