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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으로 화장장 해결하려 해선 안돼 |
경기도 하남시가 지역 발전을 위해 혐오시설인 화장장 건립에 팔을 걷고 나섰다. 김황식 하남시장은 강동구 상일동~하남 구간 지하철 5호선 연장을 조건으로 서울과 경기의 광역 화장장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 반발을 무릅쓰고 화장장을 유치하겠다고 한 것은 높게 평가할 일이다. 시 면적의 80%가 넘는 개발제한구역을 이용해 지역 발전을 꾀하겠다는 발상도 참신하다. 화장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지만 화장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다만 서울시가 추진해 온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화장장) 건립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 지원의 대가로 화장장을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이 나온 건 왠지 개운치 않다. 서울시는 시민과 환경단체 대표들을 참여시켜 충분한 검토를 거친 끝에 추모공원 터를 원지동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화장장 건립을 물리적으로 막았고, 법원에 도시계획시설 결정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추모공원 건립은 중단 상태다.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역 혐오시설을 스스로 수용하는 자세다. 쾌적한 도시 환경에서 살고 싶다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쓰레기 소각장, 화장장 등 혐오시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버린 쓰레기고 내 부모의 유골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화장장을 갖추고 있지 않은 곳이다. 고양시의 시립 벽제화장장도 서울시가 자금 지원 대가로 마련했다. 지역 혐오시설 문제는 원칙적으로 지자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하나 더 우려되는 것은 혐오시설을 돈으로 사고팔려는 추세다. 과거에는 혐오시설을 무조건 반대했지만 요즘엔 정부한테서 최대한 지원금을 타내려고 의도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으로 가면 혐오시설 하나를 설치할 때마다 엄청난 돈이 들게 되고, 혐오시설 자체가 하나의 이권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있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이 경주로 결정된 뒤 정부 지원금 배분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문제로 경주가 내부 갈등을 빚고 있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하남시 역시 화장장 유치 제안 이전에 충분한 주민 의견수렴이 전제돼야 한다. 거듭 얘기하지만 하남시로 화장장 이전을 논의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은 원지동 추모공원 문제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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