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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의 결단을 거듭 촉구한다 |
북한의 핵실험 이후 숨가쁘게 진행된 6자회담 참가국들 사이의 고위급 접촉이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과 함께 거의 일단락됐다. 각국은 이를 바탕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의 구체적 이행 계획을 확정하고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어제 열린 미-중 외무장관 회담은 북한 핵 문제에 다가가는 두 가지 큰 흐름을 잘 보여준다. 라이스 장관은 안보리 결의안의 전면적 이행과 북한의 무조건 6자회담 복귀를 앞세웠다. 반면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은 냉정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관련국들에 요구하면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결국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대북 압박강화론과 한국과 중국·러시아를 한쪽으로 한 대화중시론으로 크게 나뉜 셈이다. 두 쪽 모두 북한 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과 6자회담 재개 당위성에는 동의하지만 강조점과 접근방식에선 큰 차이가 있다.
북한은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풀어야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이라는 자세를 바꾸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언론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탕자쉬안 중국 특사의 그제 만남을 비중 있게 다루는 것으로 봐서, 북한도 대화중시론 쪽에 상당한 기대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핵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의 결단이다. 우선 북한은 갈수록 고립되는 현실을 인정하고 처지가 더 나빠지기 전에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은 핵이 아니라 관련국들과의 안정된 관계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돼 한국과 중국 국민마저 불안을 느끼게 된다면, 북한은 마지막으로 기댈 언덕조차 없어질지 모른다. 부시 행정부도 북-미 직접 대화 또는 대북 특사 파견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왜 미국 안팎에서 높아지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금융제재가 대북 적대 정책과 무관하게 이뤄지는 것이라면 북한 쪽과 직접 만나 우려를 씻어주지 못을 이유가 없다.
라이스 장관은 ‘중요한 것은 각자 가진 지렛대(레버리지)를 통해 어떻게 북한의 핵 폐기와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가장 강력한 지렛대를 가진 나라는 중국이나 한국이 아니라 바로 미국이다. 초강국 미국이 대화 노선을 분명히 하는데도 북한이 거부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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