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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2 22:12 수정 : 2006.10.22 22:12

사설

23일부터 제주에서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본협상에 맞춰 안보 연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 핵실험으로 한-미 동맹 강화가 더 절실해졌고, 이를 위해서도 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이 앞장서고 일부 언론도 거든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으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성사되는 것이 최고의 방책”이라고까지 말했다.

일부 정치인의 목소리에 그친다면 애써 무시할 수도 있지만, 정부 관계자들까지 북한 핵실험을 협정 체결 지렛대로 삼으려는 모습이 보이는 건 예사롭지 않다. 물론 “북핵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은 무관하다”는 게 협상단의 공식 견해이긴 하다. 그러나 공식이란 굴레만 벗으면, 정부 관계자들 입에서 안보 연계론이 서슴지 않고 나온다. 권오규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양국의 동맹 관계에 크게 기여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방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지지자들이 안보 효과도 함께 주장하는 것 자체는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까지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건 차원이 다르다. 핵실험으로 모두 불안해 하는 틈을 타 미국에 양보하고서라도 얼렁뚱땅 협상을 끝내고 협정을 맺자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이다. 게다가 핵우산 문제는 한-미 안보협의회 등 합당한 채널을 통해 논의해왔는데, 거기에 자유무역협정을 하나 더 얹는다고 결정적 변수가 된다는 보장도 없다.

당장 4차 본협상에 들어가는 우리 쪽 협상단의 입지가 좁아질까 걱정이 앞선다. 가뜩이나 협상력이 달리는 판인데, 힘을 더 빼는 일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예컨대 핵심 요구 중 하나인 개성공단 제품 한국산 인정 문제는 말인들 꺼낼 수 있겠는가.

안보 연계론은 내재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뒤집어보면 한반도 안 핵 보유를 기정 사실로 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대가로 주고라도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튼실히 받자는 것 아닌가. 그래서 서둘러 협정을 체결한 이후 외교적 노력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때 가선 협상을 다시 하자고 할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불가피론을 펴면서 협상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건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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