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24 19:50
수정 : 2006.10.24 19:50
사설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거부하는 이유는 독단적이고 정파적이다. 부시 대통령은 그제 〈시엔비시〉(CNBC) 방송과의 회견에서 “양자 대화는 1994년에 해봤지만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빌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처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클린턴 행정부가 실패했다는 평가 자체가 이미 정파적이다. 2000년 수교 직전까지 간 북-미 관계는 부시 집권 이후 6년 동안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정파적 사고부터 버려야 한다.
또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북-미 양자 협의를 할 수 없는 이유로 “옆으로 비켜난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협상을 타결하라’ ‘북한의 요구에 양보하라’고 말할 것”임을 들었다. 미국은 아무것도 양보할 게 없으므로 양자 협의도 필요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 6자 회담은 왜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상대의 행동만 요구하는 발상은 독단이다. 이래서는 북-미 직접 대화는커녕 6자 회담이 재개되더라도 진척되기가 어렵다.
부시 행정부의 이런 태도를 두고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클린턴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인사는 물론이고 공화당 중진의원인 리처드 루거 상원 외교위원장과 존 워너 군사위원장, 알런 스펙터 법사위원장 등도 직접 대화를 촉구한 상태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북한의 핵 계획을 막는 유일한 길이 북-미 대화’라고 했다. 미국민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국제정책태도프로그램이 벌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전제조건 없는 직접대화’에 찬성했다.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가장 유효한 접근 방식이기에 대북 직접대화에 나서야 한다. 직접대화는 서로 의심과 불신의 수위를 낮추고 현안에서 타협 여지를 넓힘으로써 6자 회담을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조건 없는 6자 회담 복귀만을 북한에 요구하기에는 북-미 사이 불신의 골이 너무 깊다.
의심은 또다른 의심을 낳고 대결은 더 강한 대결을 부른다. 왜 좋은 길을 두고 서로 큰 상처를 줄 험한 길로 가는가. 지금과 같은 부정적 교착 상태를 풀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직접대화를 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