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요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에선 법조계의 ‘전관 예우’ 관행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감 자료로 드러난 실태는 뿌리 깊고 광범위하다. 구속적부심 석방률은 일반 변호사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고, 보석사건 수임 건수는 일반 변호사의 12배에 이른다. 변호사로 개업했다가 전관의 효력이 떨어지자 다른 지역에서 판사를 지원해 3년 만에 다시 개업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법관이란 자리가 돈벌이를 위한 경력 관리용으로 전락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이러다 보니 지방에선 한 지역에서 판사와 변호사를 오가는 ‘향토 법관’이 위세를 부린다. 지역 연고와 기득권에 유착될 우려가 큰데 법원의 개선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전관 예우 관행이 온존하는 한 법조비리 역시 근절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정실과 연고를 빙자한 청탁은 늘 검은 돈을 통해 거래되고, 편파적 재판과 관대한 양형은 국민의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법조비리 사건 이후 일선 법원에서 사건 당사자 면담을 금지하는 곳들이 늘었고, 대법원도 학연·지연을 차단하려 주심 선정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불공정 재판 시비를 막으려는 노력은 평가할 만하나, 단지 법관 윤리와 내부 감찰 및 징계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수십년 관행이 근절될 수 있을까. 오히려 전관예우를 낳는 온상으로 지목되는 부장판사제 등 폐쇄적인 내부 조직을 개혁하고, 최종 근무지에서 개업하면 일정 기간 형사사건 수임을 제한하는 법안을 적극 받아들이는 자세가 우선 아닐까. 법원의 최근 변화가 개혁 치장용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전관예우 관행에 대한 법원 내부의 자성과 위기감이다. 아직도 법원은 엄연히 존재하는 전관 예우의 실체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대법원장조차 “대다수 국민들이 있다고 믿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어정쩡한 인식을 갖고 있는 한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법과 양심을 좇는 대다수 법관들은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청탁과 정실에 의해 공정한 재판이 훼손되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잘못된 관행을 개혁하는 진정한 출발점임을 명심해야 한다. 법원은 법조비리 사건 때 “국민과 소통하지 못 한 것이 법원이 위기를 맞은 근본 이유”라고 국민들에 머리숙여 사과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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