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략적 유연성’ 우리 국익이 우선해야 |
노무현 대통령이 8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행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관련 발언은 매우 민감하고도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둘러싸고 여러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분명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 없이 우리 국민이 동북아시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 동맹의 앞날과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을 놓고 한-미 수뇌부 사이에 깊숙이 논의되고 있는 안보정책 구상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국외주둔 미군 재배치(GPR) 계획을 세워 전세계 미군을 신속기동군 형태로 바꾸고, 주한미군 역시 대북 억지력 이외에 기동군 기능을 더하기를 바라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주한 미 2사단을 첨단무기 중심의 ‘미래형 사단’으로 전환해 ‘원거리 작전’ 능력을 보유토록 재편하는 것도 이 때문일 터이다.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은 동맹국인 미국의 세계 전략인 ‘전략적 유연성’ 구상은 존중하되, 우리 운명과 직결되는 동북아 지역 개입은 용인할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를 강력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만일에 중국과 대만 사이에 분쟁이 생겨 주한미군이 이에 개입한다면, 미군 기지를 제공하는 우리도 어쩔 수 없이 휩쓸릴 위험성이 크다. 자칫하면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곤혹스런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노 대통령의 우려와 발언은 지극히 타당하다. 문제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미국이 우리와 충분히 논의하도록 강제하는 구체적 ‘안전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다. 그 내용이 우리의 ‘완전한 동의’인지 ‘사전 협의’인지를 분명히해야 한다. 아울러 노 대통령 발언이 동북아 이외 분쟁지역에 대한 주한미군 파견은 용인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도 장기적으로 한반도 안보에 부담을 주는 것임을 들추지 않을 수 없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