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25 19:31
수정 : 2006.10.25 19:31
사설
정치판은 어디나 왁자지끌하고 어지럽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속에서도 정치행위의 주체인 정치인들에게는 최소한의 자질이 요구된다. 견해가 다른 상대방을 수용하고 존중하는 일이다. 이는 정치인의 금도다. 정치인의 금도는 사람 사회의 기초적인 예의일 뿐 아니라 대의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지키는 핵심 요소다.
한나라당 국방위원들이 원혜영 열린우리당 의원의 국방위원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그저께 공군작전사령부 국정감사 시찰 참여를 막은 것은 금도를 잃어버린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한나라당 공성진, 송영선 의원 등이 사령부로 가는 버스에 탄 원 의원에게 내릴 것을 요구하다가 “그러면 우리가 가지 않겠다”고 해, 원 의원이 어쩔 수 없이 국감을 포기했다고 한다. 각기 헌법기관인 의원의 국정감사 활동을 다른 의원이 막는 일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다. 국민의 대표란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발상과 막무가내식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아연할 따름이다. 더구나 이번 사태에 앞장선 두 의원은 얼마 전 피감기관인 군부대에서 평일 골프를 쳐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내건 이유는 원 의원이 국정감사에 빠지고 개성공단을 방문해 이른바 ‘춤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라는 것이다. 춤이야 송 의원도 핵실험 직전에 개성의 같은 식당에서 췄다니까 별스런 정쟁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실제적인 이유는 국방위원이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을 간 것이 잘못됐다는 것인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의견을 밝히는 것은 자유다. 문제는 헌법에 보장된 의원의 국감 권한 행사를 사실상 막은 것이다. 이는 반의회적 행위로서 매우 개탄스럽다.
여야 정당이 따로따로 존재하는 이유가 뭔가.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을 각각 대변해 국회라는 정치의 장을 통해 이를 조화시켜 나가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핵실험 이후 북한과의 모든 거래를 끊자는 한나라당식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계속 관계를 맺으면서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의견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의원들이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일당 독재를 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권 정당을 자처하는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들을 두둔하고 나설 게 아니라 재발되지 않도록 즉각 잘못을 사과해야 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