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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7 19:04 수정 : 2006.10.27 19:04

사설

용광로에서부터 슬라브, 열연, 냉연 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현대제철의 당진 일관제철소가 공사에 들어갔다. 이로써 1973년 포스코가 처음 쇳물을 생산한 이래 38년 동안 지속돼 온 한국 철강시장의 포스코 독점체제는 막을 내리게 됐다. 2011년 고로 1, 2호기가 완공되면 현대제철은 연산 1750만톤 규모를 갖춰 포스코의 3150만톤에 대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국내 철강업계가 실질적인 경쟁체제에 들어섰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최근 몇 해 동안 세계 철강업계의 비약적 성장을 감안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그동안 국내 철강시장은 포스코 한 회사가 좌우해 왔다. 포스코가 가격과 공급량을 모두 결정했고, 내수시장은 이에 따라 움직였다. 특히 가장 중요한 중간소재인 열연강판을 독점하다보니 냉연제품 등을 생산하는 철강업체들이 포스코 강판을 사려고 줄을 서야 하는 공급자 중심의 잘못된 시장구조가 고착돼 왔다. “포스코 제품만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가 철강 대리점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오가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당진제철소 착공은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장기적으로 한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계기로 봐야 한다. 세계 1위 미탈스틸이 최근 2위 업체인 아르셀로를 인수해 연산 1억톤 이상의 생산체제를 갖추게 됐다. 세계 최대의 철강 생산 국가인 중국의 철강산업은 시설 현대화 등을 통해 양적·질적인 면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포스코 처지에서 보면 안으로는 현대제철로 독점체제가 무너지고, 밖으로는 초대형 업체들의 압박과 중국의 추격으로 밀리는 양상이다. 경쟁체제 돌입을 계기로 혁신이 필요하다. 내수시장을 독점하던 시절의 낡은 관행과 영업 행태에 안주해서는 곤란하다.

현대제철 역시 일관제철소가 완공될 시점에 세계 철강업계의 공급과잉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세계적인 인수합병 추세로 볼 때 1천만~2천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으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도 살펴봐야 한다. 철강은 국가의 기간산업이다. 경쟁구도 정착을 변화와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좁은 국내시장에서 영역 다툼을 벌이기보다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데 주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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