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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9 19:05 수정 : 2006.10.29 19:05

사설

출자총액 제한제를 폐지하고 순환출자를 금지하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 태스크포스의 활동이 지난주 일단락됐다. 공정위는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해 11월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국회 논의를 앞두고 정부의 방향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정작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는 재벌기업의 목소리에 맞춰 공정위의 발목을 잡고 있는 탓이다.

순환출자의 원리는 간단하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ㄱ, ㄴ, ㄷ 세 회사가 있다. ㄱ이 ㄴ에, ㄴ이 ㄷ에, ㄷ이 ㄱ에 출자를 하면 세 회사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자본금을 늘리고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애초 출자금은 ㄱ사로 되돌아가고 실제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누구나 알 수 있듯이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장부상의 눈속임일 뿐이다.

순환출자는 가공자본 창출, 문어발식 사업 확장, 개별 사업의 독과점화, 경제력 집중 심화 등 경제 전반에 걸쳐 각종 문제를 야기한다. 내부적으로는 적은 지분을 가진 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시급히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개별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순환출자 금지는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 안에서조차 ‘경제 살리기’, ‘재계의 요구’ 등 모호한 이유로 이를 좌절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과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등은 공공연하게 순환출자 금지 반대 뜻을 밝혀 왔다. 정부 전체 차원의 분명한 정책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모두 순환출자 금지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출총제가 존속 또는 강화되거나 대안(순환출자 금지) 마련 후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대답한 비율이 89.7%에 이른다. 순환출자가 장기적으로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고 중소기업들의 설자리를 뺏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기업 가운데서도 순환출자 금지에 적극 반대하는 기업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상당수 대기업들은 이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어버렸다. 지금 와서 순환출자를 허용한다면 정부 정책을 믿고 지배구조를 바꾼 기업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순환출자 금지는 경제정의를 바로세우려는 기본 전제다. 정부의 확고하고 일관된 정책 의지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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