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30 20:39
수정 : 2006.10.30 20:39
사설
6·15 민족문학인협회가 출범했다. 분단 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결성된 남북 민간인 조직이다. 남쪽에선 한국문인협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대표자가 공동회장단에 포함되고, 북쪽에선 조선작가동맹 위원장이 회장을 맡았으니, 남북 문인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한 점 모자람이 없다. 이로써 남북 문화예술 교류는 형식과 내용이 일회적인 것에서 지속적인 것으로, 일방적인 것에서 공동의 것으로 일대 전환하게 됐다. 통일운동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마음 한쪽은 여전히 무겁고 어둡다. 미사일과 핵실험 탓이다. 북쪽은 미국의 침략위협에 맞선 자위권 보유 차원이라고 주장하지만, 북의 대량살상무기 실험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쪽의 노력을 웃음거리로 만든 게 현실이다. 이로 말미암아 한반도에선 도발 위험이 커졌고, 남북 교류 자체도 위협받게 됐다. 협회 자체를 북한의 통일전선 전술에 놀아난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게 남쪽의 현실인 것이다.
남쪽 작가들이 24일 “모국어 공동체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무거운 마음으로 금강산으로 가고자 한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반전반핵은 ‘남쪽 작가들의 오랜 염원이자 일치된 슬로건’이었다. 남북은 이미 수백만 생명의 학살과 인권유린, 그리고 인간성의 파괴를 경험했던 터이다. 이런 가치가 중대한 위협에 봉착했는데 어찌 마음과 발길이 무겁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이들은 “비핵화는 우리 민족의 실존적 운명에 관한 문제”라고 천명하면서, 북한에 추가 핵실험 자제와 6자 회담 즉각 복귀를, 그리고 미국엔 성의있는 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이들이 협회를 출범시킨 것은 최악의 순간에도 소통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문학적 소통이야말로 공포와 불안, 적대감과 대결을 지양하고, 이해와 관용을 이뤄내는 토대다. 남쪽 문인의 이런 무거운 짐을 북은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느슨한 협의체인 남북 민족문학인협회가 당장 주목받을 일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반세기 동안 단절된 모국어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만으로도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아름다운 겨레말로 평화의 시를 노래하고, 평화로 향한 웅대한 서사를 그려내 세계인의 가슴을 울린다면,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어디 있을까.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