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10.30 20:38 수정 : 2006.10.31 10:20

사설

국정원장의 동태는 그 자체가 보안사항이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국내외의 민감한 정보를 취합·분석·판단하고, 특정 과업을 실행하는 국정원의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장의 움직임이 언론에 드러나는 것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해 보고하고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했다는 것이 고작이다. 어제 이런 관행을 뒤엎어 버린 일이 〈조선일보〉에 실렸다. 김승규 국정원장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86 운동권 간첩 의혹’ 사건을 언급하고 자신의 후임자 인선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국정원장이 공식회견이 아닌 형식으로 기자를 만나 현안을 얘기한 것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퇴임을 앞둔 인사의 해프닝성 행위로 보기에는 적잖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첫째, 정보기관에 몸 담은 사람은 간부이건 직원이건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음지에서 일하는 것을 조직의 미덕이자 작동원리로 삼아 왔다. 그것을 최고 책임자가 나서서 무시해 버렸다. 정보기관의 수장은 스스로 엄중한 경호망을 거두지 않는 한 기자가 원한다고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둘째, 그의 행위는 직무상 알게 된 정보에 대해서는 현직은 물론, 퇴직 뒤에도 수비 의무를 지켜야 할 국가정보원 직원법 규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과거 국회 청문회나 특위에서 정보기관의 전직 수장이나 직원이 연루된 비리를 추궁할 때 관련자들은 해당 정보기관의 허락 없이 비밀 엄수 의무를 위반할 수 없다는 핑계로 증언을 거부해 왔다.

셋째,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을 놓고 해당 기관의 장이 포괄적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나름대로 사명감에 충만한 일선 직원들이 사건 규명을 하려고 애쓰는 상황에서 국정원장이 ‘예단성’ 발언을 하면 수사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넷째, 물러나는 정보기관의 장이 자신의 후임자를 놓고 조직의 기류를 공개적으로 얘기한 것도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인사권자와 따로 만나 자신의 의견을 펼 수는 있겠으나 언론에 얘기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되기 마련이다.

그 어디보다도 엄격한 기강확립이 요구되는 국정원에서 현직 원장이 ‘언론 플레이’로 비칠 행위를 하는 것은 설령 정권 말기 현상이라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가 이 정권에서 맡은 법무부 장관과 국정원장이란 자리의 무게를 생각하면 너무나 품위가 없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