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31 18:50
수정 : 2006.10.31 18:51
사설
지난 5월 참으로 낯뜨거운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05년 환경지속성 지수다. 대한민국은 이 조사에서 146개국 가운데 122위에 그쳤다. 자연자원관리 부실(145위) 생태계 부담(144위) 개발 확대 및 개발 지역 비율(135위) 이산화탄소 배출량(124위) 자동차 대수 관리(138위) 대기 질(127위) 산성화지역 비율(143위)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그동안 우리가 이룬 개발과 성장은 자연·환경 파괴와 희생 위에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수치였다.
국제 사회가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에 따른 자연의 보복을 경고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지속가능 발전’ 개념을 제안한 것은 1992년 리우회의에서였다. 리우회의 권고에 따라 우리가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대통령자문기구로 출범시킨 게 2000년이었다. 그로부터 제법 오랜 시일이 지났지만, 우리 환경은 환경지속성 지수가 보여주듯 파탄 상태에 놓이게 됐다. 어제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앞으로 5년간 지속가능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는 소식에 만시지탄이 앞선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정책을 호도하는 수사로 이용되던 지속가능 발전 개념이, 비로소 내용의 구체성을 갖게 된 것만 해도 분명 큰 발전이다. 목표와 전략은 물론 이행계획 및 이행과제까지 포함돼 있으니 더욱 그렇다. 특히 부처별로 추진하던 경제·사회·환경 세 분야의 정책을 지속가능 발전 틀로 통합한데다, 관련 부처가 1년여에 걸쳐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전문가 검토를 거쳤다고 하니 기대되는 바 크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개발과 보존 사이의 선택은 정권에 따라 일쑤 달라진다. 대개는 균형을 강조하지만, 강조점은 어느 한 쪽에 찍힌다. 따라서 개발을 우선하는 정권이 들어서면 지속가능 발전 전략은 폐기될 수밖에 없다. 또 관료들은 정책의 지속성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으면, 생색나는 사업에 눈길을 돌리지, 장기적 가치에 재원을 투입하려 않는다. 위원회가 실적에 대한 평가지표도 만들고, 단계별 평가 결과도 공개하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국민적 압력으로 지속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권의 향배와 관계없이, 지속가능 발전 전략이 국가적 목표가 되도록 정치권의 결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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