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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소외계층을 배려해야 하는 이유 |
서울대 신입생 중 전문직·관리직 가정 출신 학생이 날로 늘고 있다. 2002년 38.7%에서 2006년 40.7%로 늘었다. 이전에도 1991~1995년 2.9%, 1996~2001년 3.2%씩 늘었다. 서울대가 상류층 전용 학교로 전락할 날도 머잖았다. 물론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부모의 소득이나 학력에 비례해 학생의 수능 성적이 높아진다는 연구조사도 이미 있었고, 서울대 사회과학대 신입생 중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자녀의 비율이 20여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높아졌다는 조사도 있었다.
근대 시민사회는 교육을 통해 봉건적 신분질서를 해체했다. 각자의 노력에 따라 신분의 수평 또는 수직 이동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교육은 신분 이동의 가장 좋은 수단이었다. 신분의 낙인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었다. 선진국이 각종 지원제도를 통해 대학 과정까지 직·간접으로 관장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반대의 기능을 한다. 신분 이동을 가로막고,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수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지금의 대학입시 제도에 있다. 부모의 재력은 아이의 사교육 기회로 이어지고, 사교육은 학력 격차로 이어져, 명문 대학 선망 학과 입학을 좌우한다. 선진국 대학은 이런 부작용을 막고자 입학 사정에서 소수자 우대 정책을 쓴다. 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미국에서조차 각 주립대학은 해마다 신입생의 인종 및 계층 분포를 공개한다. 하버드대학은 사립이지만, 소수인종이나 빈곤층을 일정 비율 이상 배려한다. 영국에선 재정적 지원과 연결해 사회적 약자 수가 목표에 미달하면 지원을 줄이고, 초과하면 늘리는 방법으로 약자 우대 정책을 강제한다.
서울대는 3년 전 지역균형선발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 제도로 선발된 2000여명 중 빈곤층 출신은 50여명에 불과했다. 중산층 이상을 위한 제도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학교 당국은 계층균형선발 제도의 도입을 검토했다. 그러나 경쟁력을 앞세운 터무니없는 반론에 막혀 주저하고 있다고 한다. 소수자 우대 정책을 펴는 하버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대학의 경쟁력은 부동의 선두다. 중국이나 인도의 유명 대학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국립대에 값하는 결정을 기대한다. 서울대마저 가난한 아이들의 꿈을 꺾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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