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03 18:50
수정 : 2006.11.03 18:50
사설
교육인적자원부가 영어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2016년부터는 영어교사가 영어로 수업하도록 하고, 생활 현장에서 영어와의 접촉면을 넓히는 등의 방안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세계 공용어가 되다시피한 영어의 위상이나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 데 끼치는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학교 영어교육은 강화할 일이다.
영어교육에 지출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한국은행은 2005년 조기유학, 국외 어학연수로 빠져나간 돈이 3조4천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사교육, 교재, 인증시험 비용 등을 포함하면 5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학교 영어교육이 가계지출을 줄이고, 계층 사이 언어 격차를 줄이고, 아이들의 영어 경쟁력을 높인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정부 방안은 핀란드의 영어 교육을 모범으로 삼은 듯하다. 핀란드는 우리처럼 우랄알타이어 계열이다. 영어와는 말차례가 다르다. 그런데도 핀란드가 세계 최고의 영어 경쟁력을 자랑하는 비결은 학교 영어교육의 우수성 때문이라고 한다. 학교 밖에서 영어와의 접촉면을 넓힌 것도 주효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가운데 영어 프로그램이 절반에 이른다. 우리 정부의 방안도 이 두 가지를 뼈대로 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핀란드엔 입학시험이란 게 따로 없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에 대한 평가는 온전히 학교 교사들의 몫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학교 교육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은 일부 고교와 대학에서 치르는 입학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교육은 이들 시험에 맞춰 짜인다. 아이들은 점수 올리기에 유리한 사교육에 의지한다. 적은 비용으로 세계 최고의 영어 경쟁력을 자랑하는 핀란드,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최하위 수준인 우리의 차이는 여기에서 비롯된 바 크다. 입시제도 쇄신 없이는 실효를 거두기 힘둔 것이다.
우수 교원 확보의 중요성도 그에 못지않다. 정부는 지난해 영어교육 예산 682억원 가운데 340억원을 원어민 교사 채용에 썼다. 교사 연수비는 63억원뿐이었다. 2010년까지 3600억원을 더 들여 2900여명의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핀란드에는 원어민 교사가 없다. 3600억원이면 우리 교사를 재교육시키고, 수많은 유능한 예비교사를 교단에 세울 수 있다. 전시 효과에만 급급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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