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06 18:57
수정 : 2006.11.06 18:57
사설
직장인들의 정신 건강을 챙기는 회사가 늘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잠잘 때를 빼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이다. 회사가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가까이 오른 나라란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올해 들어 많은 기업들이 ‘직원만족 경영’, ‘가족친화 경영’, ‘일과 생활의 균형’ 등을 경영의 주요 열쇳말로 내세우고 있다. 직원들의 고충을 해소하고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높임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관련 프로그램은 출산·육아 등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데서부터 직장 내 인간관계 및 가정불화 상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비만 클리닉을 운영하거나 고액 건강검진비를 회사가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현대인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과로와 스트레스다. 주로 업무 실적, 직장 내 경쟁, 고용 불안 등에서 오는 것들이다. 제대로 해소하지 않으면 심한 우울증과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가정도 안락한 휴식처가 되기는 어렵다. 교육과 부동산 등 머리를 짓누르는 골칫거리들이 늘 퇴근길 직장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얼핏 개인적인 문제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들이다. 사회 모두의 책임으로서, 정부·기업·학교 등이 함께 나서서 해결해 가야 할 일이다.
관심을 둬야 할 대목은 직장 내 인간관계가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란 사실이다. 최근 취업 포털사이트 트레이드인이 직장인 1255명의 스트레스 원인을 조사한 결과, 43.6%가 ‘직장 상사와의 갈등’을 꼽았다. 개인 성격 탓도 있지만 아직 전근대적인 업무 관행과 기업 문화가 직장인들을 짓누르고 있다는 뜻이다. 업무능력보다 인간관계가 중시되고, 한번 상사의 눈밖에 나면 승진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 우리 기업의 현실이다. 노동조건 역시 선진국들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대기업 직원들의 경우 지금도 하루 평균 10~12시간 근무하는 것이 보통이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고 있다면 내부 시스템 역시 그에 걸맞게 변화·발전해가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상담과 지원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노동조건 개선과 수평적이고 합리적인 기업문화 정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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