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07 19:29
수정 : 2006.11.07 19:29
사설
북한 핵 문제가 지난 몇 해 동안 악화한 데는 북-미 사이의 불신이 크게 자리잡고 있지만 그것이 주된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믿기 어려운 상대와도 협상해야 하는 게 국제관계의 상례이기 때문이다. 결국 책임은 대화와 협상을 피해 온 북한과 미국의 강경파에게 돌아간다. 특히 지금처럼 6자 회담 재개를 앞둔 상황에서는 대화 분위기를 흐리는 행위를 자제하고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최근 6자 회담 참가국들의 움직임은 다소 고무적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한·중·일을 순방 중인 니컬러스 번스, 로버트 조지프 차관이 6자 회담이 재개되면 실제로 생산적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9·19 공동성명을 기초로 주고받기식 협상안을 만들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미국이 북한과 아주 자주 얘기해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그동안 대북 제재를 강조해 온 미국 정부의 태도에 비춰 상당히 유연하다. 이런 기조가 이어져 실질적 북-미 협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미국이 대화 문을 열었는데도 북한이 피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어느 나라든 순조로운 6자 회담 진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행동을 삼가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과 일본이 공해상에서 북한 배 검문·검색을 보류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런 취지에 맞아든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따른 것이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에 근거를 둔 것이든, 무력충돌 위험성을 높이는 조처는 피하는 것이 마땅하다. 상대 처지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 협상인 만큼 북한 쪽에만 일방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도 옳지 않다. 미국내 강경파들이 요구하는 대북 전제조건은 북한의 반발만 불러올 뿐 실효성이 없다.
곧 6자 회담이 다시 열리면 반드시 성과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어제 번스 차관과 유명환 외교부 차관 사이에 이뤄진 한-미 전략대화는 6자 회담 진전의 초석을 마련하는 데는 미치지 못한 듯하다. 원칙만 재확인했을 뿐 구체적 내용이 부족했고 창의적인 협상안 틀을 내놓지도 못했다. 늦어도 다음주말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때까지는 효과적인 안이 나와야 한다. 행동은 더 신중하고 협의는 더 치밀해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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