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07 19:31
수정 : 2006.11.08 01:03
사설
외환은행 매각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구속됐다. 외환은행 불법·헐값 매각 의혹이란 본체 수사와 관련해 구속된 첫 경우다. 주된 혐의는 헐값 매각으로 주주와 은행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쳤고(업무상 배임), 그 대가로 15억원의 고문료 등을 받았다는(수재) 것이다. 검찰은 감독·승인 권한을 가진 전·현직 고위 관료들이 이씨와 공모한 혐의도 일부 확인했다고 한다. 지난 8개월여 비자금 조성이나 주가 조작 등 주변을 맴돌던 수사가 조금씩 핵심에 접근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한 대목이 많다. 검찰은 대주주인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들춰냈을 뿐, 가장 중요한 인수 과정의 불법 행위는 밝혀낸 게 없다. 감독·승인기관 관료들의 공모 혐의에서는 대가성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했고, 정·관계 로비 수사는 거의 진전이 없는 상태다. 드러난 혐의와 증거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검찰은 공언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히길 기대한다. 다만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집착해선 곤란하다. 과거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검찰 수사가 정작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몇몇 희생양을 처벌하는 식의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론스타는 국제적인 투자기관다운 태도를 보여야 한다.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입맛대로 재단하는 오만함을 버리고 떳떳하게 소환에 응해야 한다. 국내 대기업 임원들도 미국법에 따라 조사를 받고 법원 판결에 승복해 징역형을 받는 터다. 국내법 절차를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는 유죄 심증을 더욱 굳힐 뿐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불거진 법원과 검찰의 ‘영장 갈등’은 우리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만 키운 꼴이 됐다. 검찰은 피의자의 혐의 사실을 공표했고, 법원은 사건에 대한 예단을 드러냈다. 법원과 검찰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의 정당성을 강변하려 형사소송의 원칙을 스스로 무시했다는 것이다. 이래서야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국제사회가 국내 사법 절차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번 사건은 국내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사법제도를 유린한 행위를 가리고 이를 단죄하는 것이다. 국부 유출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라는 비난을 씻기 위해서라도 철저하고 신중한 수사와 재판이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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